소설가 한강, 배우 정우성, 철학자 김형석, 물리학자 김상욱, PD 이욱정…. 저마다 자신만의 분야에서 단단한 명성을 쌓은 이들이 한 행사에 차례로 참여해 강연을 연다. 화제의 행사는 오는 19~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9 서울국제도서전’. 국내 출판계 최대 축제로 통하는 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25회째를 맞았다.
이번 도서전에는 주빈국인 헝가리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41개국이 참가한다. 도서전에 참여하는 국내외 출판사와 출판 단체를 헤아리면 총 431곳이나 된다. 지난해(336곳)보다 100곳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도서전 기간 명사들의 강연은 매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강은 19일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종이책과 문학의 가치를 전할 계획이다. 20일에는 난민 문제를 주제로 정우성이 연단에 오른다. 김상욱 김형석 이욱정의 강연은 각각 21, 22, 23일에 예정돼 있다.
도서전 주제는 ‘출현’으로 정했다. 출협은 이런 슬로건을 내세운 이유를 “책과 책 너머에 ‘출현’하는 물음과 생각할 거리를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주일우 출협 대외협력 상무이사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시민이 도서전에 와서 올여름 읽을 책을 골라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서전에 마련된 이색 프로그램은 한두 개가 아니다. 아직 서점에 나오지 않은 신간(총 10종)을 먼저 만나보는 ‘여름, 첫 책’ 행사가 준비돼 있으며, 소설가 권여선 성석제 등이 ‘맛’을 소재로 쓴 글을 모은 책 ‘맛의 기억’도 현장을 찾으면 구할 수 있다.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도 도서전에 부스를 설치하고 빵을 판매하면서 각종 이벤트를 벌일 계획이다.
도서전은 박근혜정부 시절 도서정가제 논란 등이 불거지고 도서전 회의론까지 일면서 유명무실한 행사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대중의 호응을 다시 이끌어내며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사전 예약자 현황을 보면 올해에는 전년도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현장을 찾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