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 ‘경제적 사형 선고’한 정부세종청사

입력 2019-06-10 18:38 수정 2019-06-10 21:23

정부세종청사에 수년간 요구르트를 배달하던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정부청사관리본부가 보안을 이유로 출입금지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일자리안정자금까지 신청하며 이들을 고용했던 대리점은 청사 출입이 안 된다면 고용 유지가 힘들다고 한다. 일관성 없는 정부 조치가 최저임금을 받던 이들에게 ‘경제적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10일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야쿠르트 아줌마 5명이 출입정지됐다. 이들은 한국야쿠르트 세종대리점 소속으로 배달영업을 맡아왔다. 대리점에선 이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개인사업자인 일반 야쿠르트 아줌마와 달리 이들은 최저임금(시급 8350원)을 받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을 상대로 배달하고 신규 주문을 받으면 성과금이 추가된다. 청사 출입을 못하면 설 자리가 없다. 대리점주 권모씨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포함해 월 140만~17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데, 배달을 못하면 월급 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해고 위기에 처한 이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형편이다. 5명 중 1명은 저녁에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다른 1명은 저녁에 학원강사 일을 하면서 다섯 살 아이를 혼자 키운다. 건강과 나이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도 있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보안을 강조한다. 이상연 청사보안기획과 팀장은 “빈 사무실에 들어가 서류를 갖고 나올 수도 있어 출입을 제한키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들이 정부세종청사 출입증을 받은 건 2016년 10월이다. 정상적으로 영업 허가를 취득한 뒤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보안이 문제라면 지난달까지 2년7개월 동안 출입을 허용한 건 보안이 허술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리점주 권씨는 “공공입찰을 통해 ‘협의된 물품’을 팔기로 하고 고용했는데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내용증명을 5차례 보내고 면담도 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