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인력 빼가기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증폭되고 있다. 주도권 다툼을 벌일 정도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및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10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소송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객, 구성원, 사업가치, 산업생태계 및 국익 등 5가지 보호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또 그동안 근거 없는 발목잡기가 계속될 경우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 따라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문제로 삼은 건 두 가지다. 우선 소송 제기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이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고, 앞으로 사업상 손해 발생이 막대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며 청구금액은 소송 과정에서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소송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2011년 리튬이온분리막(LiBS) 사업에서도 일단 소송을 걸었다가 1, 2심에서 패소한 후에야 합의로 종결한 적이 있었다”면서 이번 소송 제기도 그때와 비슷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엄중히 대응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국내 대기업 간 소송에 대한 국민 인식과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화해를 해준 바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맞소송에 “유감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LG화학은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쌓아온 핵심기술 등 마땅히 지켜야 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모적 논쟁과 감정적 대립으로 맞서기보다는 모든 것을 법적 절차를 통해서 명확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 빼가기를 통해 산업생태계 발전을 저해하고 국익에 반하는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저질러놓고 산업생태계와 국익 훼손을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조사 개시를 결정했음에도 SK이노베이션이 여전히 ‘근거 없는 발복 잡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세계 시장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산업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고 밝혀 소송전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