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먼저 움직여야 제재완화 돌파구”

입력 2019-06-11 04:00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5월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의 타격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의 핵심 쟁점인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먼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 중 다수는 지난달 북한이 강행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지만 북·미 대화에 기대를 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추가 제재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전문가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재 유지 스탠스는 지지했으나 그의 유화적 스탠스에는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일보는 지난 1∼8일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 문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미국 전문가 7명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이후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2명은 조건 없는 대북 제재 완화·해제를 요구했고, 1명은 대북 제재 수위가 유지되거나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대북 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인권 침해 때문에 이뤄졌다”면서 “이 두 가지 문제 중 어느 한 가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북한이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폐기에 나설 때까지 제재를 통한 압박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대북 제재는 완화되거나 해제돼야 한다”면서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향적인 의견을 펼쳤다.

미국 전문가 9명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관련해 추가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뉘앙스는 달랐다. 3명은 “북·미 대화의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제재는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6명은 “북한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추가 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칼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구원은 “추가 제재는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별일 아닌 것처럼 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전문가 8명은 또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사업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