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웨이 죽이기’ 나섰지만… ‘조달 대란’ 우려해 거래 금지 2년 더 연기 추진

입력 2019-06-10 18: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안을 처리했으나 갑작스런 공급중단에 따른 ‘조달 대란’을 우려해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상품 거래사슬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화웨이 죽이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국장 대행은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하원의원 9명에게 국방수권법안(NDAA)의 시행을 늦춰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하원은 지난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기업들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2019 회계연도 NDAA를 처리했고, 트럼프 미 대통령도 서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연방정부 기관은 물론 연방정부의 보조금이나 투자를 받은 업체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수권법상의 화웨이 제재와 별개로 지난달 15일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와 미국 기업 간 거래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우트 예산국장 대행은 “NDAA 규정이 시행되면 연방정부 납품업체의 숫자가 급감할 수 있다”며 “특히 화웨이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지방 업체들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업들에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현행 2년인 법 시행 유예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곧 꺼내들 분위기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일과 5일 희토류 관련 업계와 규제 기관, 전문가들을 각각 불러 희토류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단기간에 세 차례 회의를 잇따라 가진 것은 대미 보복을 위해 희토류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조만간 관련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대만은 케이블TV 셋톱박스에 중국산 반도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대만 국가통신전파위원회는 “대만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공급하는 디지털 셋톱박스에 중국산 혼성집적회로 칩을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반도체에도 적용된다.

한편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삼성, SK하이닉스 등을 불러 면담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중국 측이 한국 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을 면담한 것으로 안다”며 “기업 측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