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이번엔 “직접 헌법소원 고려”…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부인

입력 2019-06-10 19:26

대법원 문건 무단 반출 혐의를 받는 유해용(사진)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0일 자신의 재판에서 검찰 피의자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두 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진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가 다시 가려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2회 공판기일에서 유 전 수석 측은 “일부 조서에 대한 진정성립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유 전 수석은 재판부에 형사소송법 제312조 등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지난 5일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 조항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 조서를 부인할 경우에도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접 입을 연 유 전 수석은 “증거능력 문제 때문에 재판부에 고민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면서도 “헌법소원을 낼 건지 고려하겠지만 재판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재판부가 위헌 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한 상황에서 진정성립을 끝까지 부인하는 전략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헌법소원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제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문제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과 관련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개정방안에도 포함된 상태다. 헌재는 1995년과 2005년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2005년 헌재 의견은 5대(합헌) 4(헌법불합치)로 갈렸다. 당시 재판관 4인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문언이 지나치게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구체적인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검찰은 유 전 수석이 증거를 인멸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사진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1차 압수수색 이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대법원 문건을 파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