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김기태 감독이 사퇴한 후 KIA 타이거즈는 무서운 상승세를 그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신기루였을까. 이달 들어 줄줄이 강팀을 만나 투타에서 무기력함을 보이며 급격히 하락세를 겪고 있다.
KIA는 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대 4로 패했다. NC와의 주중 3연전을 모두 내주며 3연패에 빠졌다. 특히 지난달 31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3연속 루징 시리즈(3연전 중 2패 이상)라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KIA는 지난달 16일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변신한 뒤 지난달 30일까지 7연승을 포함해 10승 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순위도 탈꼴찌를 넘어 6위까지 급상승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중위권까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였다.
무엇보다 ‘에이스’ 양현종이 살아난 게 컸다. 양현종은 4월까지 6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8.01로 크게 고전했다. 하지만 5월 이후 5승 2패로 대반전을 이루며 에이스의 위용을 완벽히 찾았다. 양현종은 2017년 7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한국야구위원회(KBO) 5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다. 신예들도 맹활약을 펼쳤다. 박찬호와 이창진은 드디어 알을 깨고 나오는 듯 했다.
다만 이 기간 만난 상대가 하위권 팀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반등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김 전 감독 사퇴 이후 지난달 말까지 KIA는 이상하게 계속 전력이 약한 팀과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실제 KIA는 한화 이글스와 두 차례, 롯데 자이언츠·KT 위즈와 각각 한 번씩 3연전을 가졌다.
그런데 지난달 31일부터 5위 이내 상위권 팀인 키움과 두산, NC와 줄줄이 맞붙었다. 사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초반부터 5강과 5약으로 뚜렷이 나뉘었다. 5위와 6위의 경기 차가 5~7경기씩 벌어진 상태다.
결국 이런 불안감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후 이날까지 4연패를 포함해 2승 7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순위도 6위에서 9위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KIA 타선이 강팀을 만나자 차갑게 식었다. KIA 타선은 6일 두산전에서 12점을 뽑은 것을 제외하고는 이 기간 6점 이상 뽑은 경기가 단 하나도 없었다. 선수 중에선 이전까지 펄펄 날았던 박찬호가 지난달 29일부터 5경기 동안 16타수 무안타에 그치기도 했다. 뒷심 부족으로 이 기간 한 점 차 패배가 무려 5회나 됐다.
한편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복귀한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소사는 이날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포함해 7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8실점으로 무너졌다. 소사는 올 시즌 선발 등판한 SK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하는 수모까지 떠 안았다. 소사는 팀이 0대 9로 패해 패전투수가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