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다 고향인 강원도에서 식당을 시작했던 김모(33)씨는 재작년 서울 광진구로 가게를 옮겨왔다. 대출을 받고 조금 무리해서 서울로 들어왔지만 벌이는 강원도에서보다 낫다. 그런데 매출은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돈을 벌고 있다’는 감흥은 좀체 들지 않는다. 주변에 음식점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없어지는 것도 불안감을 부추긴다. 김씨는 “솔직히 지금까지 수입은 월급보다 낮다”면서도 “다시 취업을 하는 것도 만만찮고 다른 대안도 없으니 부지런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입장벽이 낮아 창업률이 높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소상공인 10명 중 7~8명은 김씨처럼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낮거나 같은 업종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연구원이 9일 발표한 ‘전국 소상공인 과밀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도소매업 소상공인의 75.57%, 숙박음식업 소상공인의 68.48%가 과밀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경제적 이익(회계적 이익-기회비용)이 0보다 적거나, 동일 업종 근로자의 평균 임금 또는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상태를 ‘과밀’로 분류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과밀화는 임금 근로자보다 벌이가 적거나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강원과 전남이었다. 2015년 기준 전국 도소매업 소상공인의 연평균 소득은 약 2500만원으로, 동종업계 근로자 연평균 임금(약 3100만원)에 크게 못미쳤다. 강원(2115만원)과 전남(2146만원)은 임금 근로자 소득과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두 지역 도소매업 소상공인은 절반 이상(전남 54.12%, 강원 53.23%)이 최저생계비 미만의 연소득을 냈다.
숙박음식업의 상황은 더 나빴다. 강원지역 숙박음식업 소상공인의 연평균 소득은 1714만원, 전남 1753만원으로 전국 숙박음식업 임금 근로자 평균 소득인 1900만원에도 못 미쳤다.
이에 대해 전인우 수석연구위원은 “강원과 전남 등은 인구가 적어 수요 자체가 적은데다 산업 기반이 약해 지역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만한 방법이 많지 않다”며 “다른 돌파구가 없다 보니 생활밀집업종인 도소매업에 몰려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총 취업자의 25.1%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3%)보다 1.6배 높고, 일본(10.3%)과 미국(6.3%)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2.5~4배나 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64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5136만명)의 약 11%나 됐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도소매업(27.7%)과 숙박음식업(20.3%)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이다(2016년 기준).
창업도 많이 하지만 폐업률도 높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3~2017년 소매업·음식업 부문 창업사업자 비중은 31.5%, 폐업사업자는 39.3%였다. 10명 중 3명이 소매업과 음식업에 뛰어든 시기에, 4명은 그 업종에서 퇴출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