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나간 민경욱… 북유럽 순방 나선 대통령에게 ‘천렵질’ 비하

입력 2019-06-09 19:13
사진=서영희 기자

민경욱(사진)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순방에 대해 ‘천렵(川獵·냇물에서 고기잡이)질’이라는 표현으로 비하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민 대변인은 9일 오후 문 대통령의 순방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역사 덧칠 작업으로 갈등의 파문만 일으키더니 나홀로 속 편한 현실도피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쏘시개 지펴 집구석 부엌 아궁이 있는 대로 달궈놓고는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비꼬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약산 김원봉(1898∼1958)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역사 논쟁이 가열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고기잡이에 빗댄 것은 물론 대통령을 향해 ‘정신 팔린 사람’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나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 대변인은 앞서 페이스북 글에서도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외칠 수 있는 말은 ‘김원봉은 6·25 때 우리 양민을 학살하고 자유대한민국을 공격한 원수요, 빨갱이’라는 것”이라며 색깔론을 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민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배설 수준의 막말”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민 대변인의 최근 헝가리 유람선 참사 관련 ‘골든타임은 길어야 3분’ 발언까지 거론하며 민 대변인을 겨냥해 “입만 열면 막말을 쏟아내는 막말 수도꼭지”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대해 한목소리로 “북유럽 외교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 야당에서는 김원봉이 창설한 독립무장부대를 국군의 기원 중 하나로 평가한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에 대한 반발이 계속됐다. 김원봉 서훈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 온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의 추념사는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를 위한 고도로 기획된 제2차 작전의 시작”이라며 “보수를 친일파, 독재자의 후예, 기득권층이라는 틀에 가둬 주류세력을 교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의 마음으로 하나가 돼야 할 현충일을 국민 분열과 갈등의 날로 퇴색시켰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통합의 대통령인가, 분열의 대통령인가”라며 거듭 날을 세웠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