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맞으세요?”
지난달 31일 오전 12시15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후문. 안심귀가스카우트로 활동 중인 오모(62·여)씨와 박모(62·여)씨가 서비스 이용을 신청한 유모(27·여)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0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여성 6명을 귀가시키고 받은 마지막 콜이었다. 오씨 등은 자정을 넘긴 오전 12시30분쯤 유씨를 만나 대신동의 한 빌라까지 바래다줬다. 정적이 흐르는 캄캄한 밤길을 경광봉만 들고서 걸었다. 유씨는 “최근 발생한 신림동 사건 때문에 불안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오씨 등은 인근 지구대로 복귀해 오전 1시쯤 근무를 마쳤다. 오씨는 “딸 같은 학생들을 데려다준다는 사명감 때문에 일하지만 사건 이후 우리도 귀갓길이 무섭다”고 말했다.
여성들을 상대로 한 흉악범죄가 늘면서 안심귀가스카우트 이용이 급증했다. 하지만 스카우트들의 근무조건은 더 열악해졌다. 한정된 예산 탓에 업무량은 늘었지만 안전대책 등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안심귀가스카우트 이용자 수는 2013년 3만1587건에서 2014년 10만2139건, 2015년 23만3290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4만1162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전체 스카우트 수는 2015년 420명에서 지난해 452명이 됐다. 2인1조 근무 체계를 감안하면 1조당 한해 맡는 업무량이 같은 기간 1110건에서 1509건으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달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범 사건처럼 관련 범죄가 언론에 나오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된다. 사건 당일 관악구 안심귀가스카우트 신청자는 약 70건으로 전날보다 20건 이상 늘었다. 서대문구도 같은 날 기존 이용자가 모두 이용신청을 했다.
안심귀가스카우트는 자치구별로 지정돼 있지만 신청자를 다른 자치구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 스카우트들은 월요일은 자정,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시까지가 계약된 근무시간이지만 이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서대문구의 경우 최근 연희동·북아현동 스카우트 4명이 줄어 해당 지역까지 인근 동네 스카우트들이 책임져야 한다. 퇴근할 땐 대중교통이 끊겨 스카우트들은 집까지 걸어가야 한다. 남가좌동에 거주하는 스카우트 박씨는 “서대문구 이대역에서 마포구 서강대를 넘어 학생을 데려다주고 오전 2시 넘어 집에 도착해 불안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스카우트들은 상당수가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이다. 안전대책이라고는 경광봉 지급 정도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스카우트 김모(66·여)씨가 취객에게 밀려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범죄에 노출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3인 이상 조를 이루고 귀가 시 교통편을 제공하는 등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간인 2명에게 안전을 책임지라는 건 무모하다”며 “경찰과 합동순찰하거나 경찰행정학과 등 대학생들이 스카우트에 참여하는 등 기관 간 협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