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달렸다

입력 2019-06-09 19: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오찬 후 함께 산책하는 모습. 두 정상의 밝은 표정처럼 이때는 희망과 기대감이 컸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북·미 비핵화 협상은 중단돼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북한이 지난 2월 2차 정상회담 이후 3개월 이상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부르고 있지만,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지운 채 ‘전략적 인내’(원하는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를 택한 분위기다. 북·미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남북 대화도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북한이 언제까지 전략적 인내를 이어갈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9일 “북한의 향후 전략은 결국 중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G20 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 회동 결과에 따라 북·미 관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극적으로 매듭짓는다면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에 동참, 북한을 보다 일찍 협상장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점차 격화되는 미·중 간 갈등 양상을 보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가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박 교수는 “만약 미·중 정상회담이 좋지 않게 끝난다면 중국은 미국이 아닌 북한 편에 서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의 미온적인 대북 제재로 북한의 전략적 인내는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순방이 남북 대화 재개의 단초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은 12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한반도 비핵화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남북 대화 재개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에 문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먼저 손을 내밀면 북한이 움직일 여지가 생길 수 있어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017년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포괄적인 내용이었다면 오슬로 연설은 남북 관계로 초점이 좁혀질 것”이라며 “북한이 이에 반응한다면 4차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말까지 대미 압박을 이어가며 전략적 인내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먼저 포괄적 비핵화 합의에 나서거나,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 요구대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연말을 시한으로 정한 만큼 북한은 이때까지 미국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 반응에 따라 북한의 대미 도발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지난해 북한의 대외 기조는 ‘통남통미(通南通美)’였지만 올해는 북한이 남북 관계보다 북·미 관계를 우선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여 걱정된다”며 “북한이 원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