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이 갑작스레 폐기되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로 인해 발의 철회를 결정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반면, 경기도는 CCTV 설치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강공모드’에 돌입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해당 법안은 재차 발의됐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반대를, 환자단체는 거듭 설치 필요성을 요구하며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공동발의를 철회한 의원실 보좌진들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A의원실 관계자는 “좀 더 검토해보자는 게 의원의 판단이었다”며 “의료계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B의원실 보좌진은 “낙선운동을 하겠는 식으로 국회의원에게 압력을 넣는 것은 의정활동 방해이자 입법권에 대한 월권”이라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CCTV 설치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다 의료과실로 사망한 故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아들의 죽음도 CCTV가 없었다면 잡아내지 못했다. 의료계는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합리적일지 의논해 달라”고 호소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의 수술실 CCTV설치 요구는 입증보다는 예방의 목적이 강하다. 수술부위를 적나라하게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실 벽면에 비스듬히 촬영하는 것이고, 의도적인 무자격자 대리수술, 유령수술과 성범죄 등 1%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며 “오히려 의료현장의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의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도 “수술실 CCTV를 어떻게 설치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진료 감시나 외과 수술의 어려움, 개인정보유출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이야기 해야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사실 수술실 CCTV 설치의 불씨를 당긴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지난달 1일부터 경기도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에 위치한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관련해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의료사고, 수술실 내 성희롱, 무자격자 대리수술과 같은 각종 불법과 부조리가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도민들은 합리적인 예방책과 효과적인 진실규명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수술실 CCTV 설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수술실 CCTV 의무화 주장은 불신만 증가시키고 의사와 환자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며 “OECD 국가 중 어떤 국가도 수술실 CCTV 강제화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도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3월 경기도는 복지부에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CCTV의 국공립병원 수술실 우선 설치 운영 및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의무 설치가 골자다. 지자체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추진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신중모드’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전국 확대를 포함해 의료계의 반발 등에 대한 어떤 조율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김양균·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