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정상회담 1년… 비핵화 전략 차분히 재점검할 때다

입력 2019-06-10 04:01
임기내에 성과 내겠다는 과욕은 금물… 완전한 북핵 폐기와 평화적 해결 원칙 지키며 한·미 공조 틀 유지해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12일로 1주년을 맞는다.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그런 기대와 거리가 멀다. 북·미 정상은 1년 전 양국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유해송환 등에 합의했지만 미군 유해 일부 송환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진전이 없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미 관계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며 지루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북이 하노이에서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외에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은 하노이 제안과 대북 제재 해제의 맞교환 카드가 마지노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북은 지난 4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이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해제’란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1년여의 성과가 무위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핵 및 남북 관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에 근거해 차분하게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핵의 완전한 폐기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원칙을 되새기면서 그런 방향으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완전한 비핵화이며 북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지 않으면 핵심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고, 우리 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의 공조는 필요충분조건인 만큼 비핵화 목표 달성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도 일부 제제 완화를 통해 북의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고 이런 단계적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미 간 불신이 걸림돌이라면 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쉽지 않은 길이고,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다른 방도가 없지 않나. 북핵 해결에 왕도는 없다. 북·미가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인식 차를 좁혀가야 풀릴 수 있다. 과욕은 금물이다.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조급하게 대응했다가는 오히려 문제 해결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