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했으나 조합원들의 참여율 저조로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1년을 끌어 온 2018년 임금·단체협상으로 인해 수출물량(위탁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차 노조의 전면 파업 지침에도 5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에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야간근무가 이뤄졌다. 노조 집행부가 전면 파업을 선언했는데 조합원들이 거부해 공장이 가동된 것은 국내 제조업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임단협 재협상을 벌이던 르노삼성차 노조는 오후 5시45분 돌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실무 노사 대표단 축소 교섭에서 사측의 결렬 선언으로 5일 오후 1시쯤 교섭이 끝났다”면서 “5일 야간 생산조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데는 파업 기간 임금보전 문제가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16일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조합원 총회에서 51.8%의 반대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6월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 이래 부분 파업은 이어져 왔지만 전면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재협상을 벌여오던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인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목소리보다 외부의 목소리에 더 휘둘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전면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난달 파업에도 참여율은 45% 정도로 낮았다”며 “협상이 결렬됐다고 할 수는 없고 다음 협상 날짜를 정하지 못한 채 전면 파업 지침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의 파업 거부는 상반기 중 부산공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생산물량 확보가 어려워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고용 역시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생산물량 절반(연간 10만대)을 차지하던 수출용 ‘닛산 로그’ 위탁생산은 올 9월로 끝나고, 그마저 지난해보다 40% 줄어든 6만대로 생산량이 쪼그라들었다. 내년 이후 생산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르노그룹 글로벌 신차 ‘XM3’ 수출용 물량도 부산공장에 배정될지 미지수다. 르노삼성차가 XM3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부산공장 생산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게 되고 현행 주야 2교대 근무 형태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노조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조합원들의 파업 불참은 휴일인 6일에도 이어졌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당초 엔진 공정의 수요가 밀려 휴일인 6일 모두 69명이 특근을 하기로 한 상태에서 실제로 67명이 출근해 근무했다. 회사는 7일에도 출근 조합원 등과 함께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할 방침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