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이르면 9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강 수위가 낮아지지 않으면서 수상 크레인이 현장 길목에 있는 다리를 통과하지 못해 예상 인양 일정이 대폭 늦춰졌다. 헝가리 당국은 사흘간 선체 모든 창문에 망을 설치하는 등 시신 유실방지 작업과 선체 결속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6일 정부합동신속대응팀에 따르면 침몰 선박을 인양할 수상 크레인 ‘클라크 아담’은 사고 현장에서 강 상류로 5㎞ 정도 떨어진 지점에 정박해 있다. 현장까지 오려면 아르파드 다리와 머르기트 다리를 순서대로 지나야 한다.
신속대응팀 송순근 구조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크레인이 두 다리를 통과하려면 강 수심이 4~4.2m 정도로 낮아져야 한다”며 “사흘간 유실방지 작업을 하고 일요일(9일)에 크레인을 통과시키는 게 헝가리 측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신속대응팀은 강 수면과 다리 간격이 4m 이상 확보돼야 크레인이 다리를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통역 오류로 잘못 전달한 정보라고 덧붙엿다.
크레인은 전날 오전 6시40분쯤 부다페스트에서 73㎞ 떨어진 코마롬 지역을 출발했다. 당일 오후에는 현장에 도착해 6일 본격적인 인양 작업에 착수할 거라 예상됐지만 결국 강 수위라는 변수를 극복하지 못했다. 송 구조팀장은 “크레인과 선박을 연결하는 데 3시간, 선박을 들어올리는 데 1시간 정도로 가정하면 일요일 오후에는 인양이 가능할 거라고 헝가리 측은 예측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수심이 낮아지지 않으면 B안으로 조선소에서 배를 수리할 때 쓰는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 방식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침몰 선박 좌·우측에 물을 채울 수 있는 바지선을 띄우고, 침몰 선박과 바지선을 와이어로 연결한 상태에서 바지선에 물을 넣었다 빼는 것을 반복해 부양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송 구조팀장은 “플로팅 도크 방식으로 인양할 경우 3일에서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덧붙였다.
사고 발생 9일째인 이날에도 강 하류에선 한국인 추정 시신이 잇달아 발견됐다. 오전 9시50분에는 사고현장에서 약 5.8㎞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 1구가, 오전 11시26분에는 사고현장에서 약 40㎞ 떨어진 지점에서 시신 1구가 수습됐다. 이들이 모두 허블레아니호 탑승객으로 확인된다면 사망자는 18명으로 늘고 실종자는 8명으로 줄어든다.
전날에는 선체에서 1명, 사고 지점에서 1명, 사고 현장에서 약 4㎞ 떨어진 지점에서 1명, 약 50㎞ 떨어진 지점에서 1명이 수습됐다. 30대 여성과 40대 여성, 60대 남성 2명이다. 송 구조팀장은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시신이 떠오르는 원인에 대해 “유속이 빨라 선체 유리창이나 바위에 끼어있던 시신이 떠오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르는 시점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다페스트에는 사고 피해자 가족 47명이 체류하고 있다. 신속대응팀은 시신 확인이 끝난 가족들에 대해선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신속대응팀 이상진 대응팀장은 “사망자 9인에 대한 사망진단서가 어제(5일) 발급됐고 오늘 사망확인서가 발급될 예정”이라며 “가족들 사정에 따라 일정은 달라지겠지만,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가족의 경우 행정 절차를 마치고 항공편이 구해지면 이르면 주말 정도 귀국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박상은 기자, 조효석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