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사태, 미·중 공방에 난처한 한국 이통사들

입력 2019-06-06 18:50 수정 2019-06-06 21:26
중국 화웨이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 지사에 미중 갈등으로 개소식 연기 가능성도 점쳐졌던 5G 오픈 랩을 개소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모습. 뉴시스

화웨이 제재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편가르기가 심해지면서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 요구를 따르자니 막대한 비용에다 중국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조치를 안 취하자니 미국 관련 사업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난감한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가 5G망을 구축하면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미 LTE(4G) 때부터 화웨이 장비를 써왔던 LG유플러스는 LTE와 5G망의 호환성 때문에 화웨이 장비를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6일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 장비를 써도 호환이 될 수는 있지만 품질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5G 장비만 별도로 쓰긴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5G에서 화웨이 장비를 들어내려면 LTE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투자비용이 수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어 사실상 LG유플러스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3년 LTE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에도 보안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투자재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LG유플러스는 LTE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초기 비용이 저렴한 화웨이를 선택했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고수할 경우 미군기지 등 국내 미국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TE 때부터 미군기지 등은 다른 회사 장비를 배치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KT도 무선 장비는 아니지만 유선 장비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5G 장비에 국한돼 있지만 제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전면에 나서 화웨이 제재를 압박하고 있지만, 동맹국들이 적극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으로부터 화웨이 배제 요청을 받은 영국과 독일은 국가 핵심 망에만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했을 뿐 전면 제재에 동참하지는 않고 있다. 러시아 최대 통신사 모바일텔레시스템스는 5일(현지시간) 화웨이와 내년 말까지 러시아 전역에 5G망을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강대국이 싸우는 상황에서 개별기업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