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총리 “박항서 정신으로 일하라”

입력 2019-06-06 20:02 수정 2019-06-06 21:16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5일 태국과의 킹스컵 준결승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며 ‘박항서 매직’이 유효함을 입증했다. 사진은 박 감독이 지난 1월 아시안컵 8강 일본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 뉴시스

베트남 언론 봉다에 따르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각료 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박항서 정신으로 일하라”고 당부했다. 이 언론은 박항서 정신이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5일 태국 부리람에서 열린 태국과의 킹스컵 준결승에서 이런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베트남은 0-0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던 후반 추가 시간에 응우옌아인득의 극적인 헤딩 결승골로 1대 0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베트남이 성인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태국에 승리한 것은 2008년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2대 1로 이긴 이후 처음이다.

특히 베트남과 태국은 이웃 국가로 두 나라 국민 간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두 나라의 스포츠 맞대결 역시 한·일전 못지않은 열기를 뿜어낸다. 이날 경기 역시 태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로 양국 선수들 간 충돌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박 감독은 이날 후반 20분 K리그에서 뛰었던 응우옌꽁프엉을 교체 투입하며 경기 흐름을 바꿔 극적인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박 감독은 경기 후 “강한 상대인 태국과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강한 투지를 바탕으로 마지막 순간에 골을 넣었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항서 매직은 라이벌전에서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임 첫해인 2017년 12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태국을 꺾은 데 이어 성인 대표팀 간 승리로 다시 한번 베트남에 라이벌전 승리를 선물했다. 박 감독 부임 전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선 2승4무15패로 절대 열세였다. VN익스프레스는 “태국은 베트남이 물리치기 힘든 상대였으나 박 감독 체제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찬사를 보냈다.

태국, 베트남, 인도, 퀴라소 4개국이 참가한 친선대회인 킹스컵은 1968년 첫 대회 이후 매년 개최되는 대회다. 베트남은 2006년 태국에 져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었다. 결승에 진출한 베트남은 8일 퀴라소와 우승컵을 두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