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로 통산 재임일 2721일째를 맞아 일본 역사상 세 번째 장수 총리가 된다.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이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도 갈아치운다.
아베 총리는 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을 만나 장수 총리가 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약속한 하나하나의 정책을 앞으로 진전시켜서 책임을 이행하겠다”며 “국민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집권했다 1년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2012년 12월 26일 시작된 2기 임기는 끝까지 채웠다. 지난해 9월에는 마침내 3연임에 성공해 2721일째 총리직을 맡고 있다.
아베 총리보다 재임 기간이 길었던 총리는 2명뿐이다. 가쓰라 다로 전 총리는 1901년 6월부터 세 차례 집권했다. 1912년 12월에 시작된 3차 내각 때는 2개월 만에 퇴진했지만 총 2886일 동안 집권해 최장수 총리로 기록됐다. 아베 총리의 외종조부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2789일간 집권했다. 1964년 11월 제61대 총리가 된 그는 내리 3연임을 했다. 연속 재임일수로 따지면 그가 일본 최장수 총리다. 일본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는 2720일간 집권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사토 전 총리, 가쓰라 전 총리, 이토 전 총리 등 장기집권 총리 4명은 모두 일본 서남부의 야마구치현 출신이다.
아베 총리는 이미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2021년 9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그는 8월 24일에는 사토 전 총리의 기록을, 11월 20일에는 가쓰라 전 총리의 기록을 차례로 깰 수 있다. 물론 변수는 남아있다. 일본은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그런데 자민당이 최근 보궐 선거에서 완패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자민당 내에서는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고 중의원·참의원 동시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민당이 이 선거에서 참패해 아베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압승하면 그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아베 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에 등극하는 동시에, 숙원인 평화헌법 개헌까지 성공하는 시나리오도 꿈이 아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이미 지난해 3월 2020년까지 평화헌법 규정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이어서 전력과 교전권 보유 금지 원칙마저 뜯어고쳐 2단계 개헌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을 주요 논쟁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자민당 청년국은 지난 1~2일 이틀간 전국 100여곳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는 거리 연설회를 열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