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이색적인 분석을 내놨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 내년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이 4550억 달러(약 536조원) 감축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0.5%에 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간 생산량을 뛰어넘는 규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IMF 총재는 결국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며 “자해 같은 상처”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트윗으로 재점화된 무역 갈등은 좀체 협상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과 경제 분석기관들은 협상의 장기화를 전망하며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잇따라 낮춰 잡았다.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지고 금과 달러,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사들였다.
올해는 무역에 있어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ING그룹은 미국이 대중 수입품 전부, 그리고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에도 관세를 매길 경우 세계 무역 증가율이 올해 0.2%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저치다. ING그룹은 “2020년에는 무역이 2% 증가하겠지만, 관세전쟁이 계속되면 그나마의 개선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은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배당 등 일시적 요인 탓이라고는 하지만 월별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을 640억 달러로 예상하던 기획재정부는 4월의 경상수지 적자를 확인한 뒤 전망치를 600억 달러로 줄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560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