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만기 석방 노렸나… 양승태·임종헌 ‘재판 지연작전’

입력 2019-06-07 04:06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재판이 두 차례밖에 열리지 못하는 등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의도된 ‘지연 전략’으로 불구속 재판과 국면 전환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7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3회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증거조사를 마치고 4회 공판부터 증인신문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지고 116일이 지났는데도 정식 재판이 두 차례밖에 열리지 못한 셈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은 오는 8월 10일까지다. 7일 기준 64일이 남았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검찰 증거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아 검찰이 증거 조사를 위해 신청한 증인은 211명에 달한다. 증인신문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구속기간 내 선고는 불가능하다. 추가 기소로 구속 기한이 연장되지 않는 한 1심 재판 중에 양 전 대법원장은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연 전략에 거듭 우려를 표명해왔다. 재판부가 지난달 29일 첫 공판에서 “211명의 증인은 너무 많다”며 증인신문 계획을 변경하려 하자 검찰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계획을 바꾸는 데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심 재판도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공전 중이다. 재판 초기부터 변호인이 전원 사임하는 등 임 전 차장은 재판부의 소송 지휘 방식에 갖은 불만을 표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지난달 31일에는 법원에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피 신청 여부가 결론 날 때까지 해당 재판은 진행되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을 번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이 더디게 진행될수록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피고인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6일 “현실적으로 형을 정할 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덜해질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