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나라를 위해 숨진 유공자들의 뜻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추념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진 남편을 그리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에서 참석자들은 눈물을 쏟았다.
추념식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됐다. 배우 김혜수씨는 김차희(93) 할머니가 쓴 편지를 낭독했다. 이 편지는 결혼 2년 만에 6·25전쟁에 참전해 1950년 10월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한 남편 고(故) 성복환 일병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김 할머니는 편지에서 “전사 통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며 “내게 남겨진 것은 젊은 시절 당신의 증명사진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순이 훌쩍 넘은 내 모습 보고 당신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난 아직도 당신을 만날 날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절절한 편지에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 내외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김 할머니도 두 손을 모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후 김 할머니 남편과 마찬가지로 6·25전쟁에서 전사했지만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10만4000여명의 위패가 있는 위패봉안관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또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정박용 밧줄이 끊어지는 사고로 순직한 고 최종근 하사 부모의 손을 꼭 잡으며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현충탑에서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최 하사 부모에게 직접 분향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도 “국가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고 최종근 하사를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셨다”며 유가족들을 각별히 예우했다. 그러면서 “(최 하사의) 부모님과 동생, 동료들, 유족들께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란다”며 즉석에서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가 발굴된 고 박재권 김원갑 이등중사, 한병구 일병 3명의 6·25전쟁 전사자 유가족들에게는 국가유공자 증서가 수여됐다. 추념식에는 국가유공자와 유족, 각계 대표를 비롯해 1만여명이 참석했다. 휴가 중 서울 원효대교에서 강에 빠진 여고생을 구출한 황수용 하사, 대구 저수지에서 물에 빠진 남성을 구출한 김대환 경위 등도 함께했다.
이날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야구 경기에선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했던 박동하(91) 할아버지가 시구를 했다. 시타자는 이 지역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됐던 박형준(29) 육군 대위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