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임 100일 黃 대표, 혁신으로 승부하라

입력 2019-06-07 04:0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황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첫마음은 나와 여러분의 피와 땀 눈물 속에 흐르는 한결같은 마음, 애국심’이라는 설명과 함께 “첫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SNS에 남겼다. 그러면서 강조한 게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 미래와 통합이었다. 또 “스스로 당을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주체세력이 될 수 없다”며 당의 혁신도 주문했다. 적확한 상황 인식이다.

황 대표의 지난 100일은 ‘관료 황교안’에서 ‘정치인 황교안’으로 탈바꿈하는 시기였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그에게서 오랜 정치 경험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련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 정치에 때 묻지 않았다는 차별성은 그의 최대 강점이다. 대표 취임 이후 한국당을 계파 갈등 없이 무리 없이 이끌어온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 두 가지가 그를 보수 진영의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떠오르게 만든 동력이다. 나빠진 경제 상황은 그에겐 또 다른 기회이다.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대안을 제시하고 증명할 수 있다면 황 대표와 한국당은 유력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황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수 여론과 동떨어진 국회 보이콧과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실언, 막말 논란은 한국당이 건설적, 합리적 보수 정당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여기에 우경화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확장성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강력한 대여 투쟁이 보수층을 더욱 결속, 강화시키고 있으나 중도층까지 외연을 넓히지 못했다는 게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다.

황 대표는 “더 이상의 잘못(막말)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발언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예방도 물론 중요하지만 엎질러진 물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황 대표의 정치 운명은 사실상 내년 총선에 달려 있다. 황 대표가 밝힌 대로 혁신하지 않고 현 정부의 실정에 기대 반대급부만 바라면 총선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황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한국당을 혁신하고 또 혁신하는 것이다. 좌고우면하면 혁신은 성공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