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72)을 모르는 이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1969년 데뷔 이래 3억50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고, 80개국에서 3500회 공연을 했으며, 그래미상을 5차례나 수상한 영국의 전설적 뮤지션. 한데 무대 뒤 그의 ‘진짜’ 모습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파란만장한 그의 삶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5일 개봉한 ‘로켓맨’(감독 덱스터 플레처·사진)은 엘튼 존 본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전기 영화다. 레지널드 드와이트라는 본명을 쓰던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친구의 배신으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며 좌절하고 방황하던 시기까지, 그의 굴곡진 인생을 러닝타임 121분 안에 훑어낸다.
드라마틱한 극의 흐름은 여느 전기 영화와 다르지 않다. 영국 왕립음악원에 들어갈 정도로 천부적 재능이 있던 엘튼 존(태런 에저튼)은 록에 눈을 뜨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열어젖히면서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내적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술과 약물에 의존하면서 서서히 자신을 잃어간다.
이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인물의 삶과 그의 음악을 솜씨 좋게 버무려낸 연출이다. ‘유어 송’ ‘크로커다일 록’ ‘새터데이 나이츠 올라잇 포 파이팅’ 등 엘튼 존의 명곡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한층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면서 음악 영화로서의 완성도도 끌어올린다.
판타지적인 화면과 감각적인 편집도 인상적이다. 엘튼 존의 기억을 토대로 구성한 영화이기 때문에 환상적 표현이 필요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특히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엘튼 존의 대표곡 ‘로켓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후반부 시퀀스는 시각적으로나 의미 면에서 뭉클하다.
여러모로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로켓맨’은 ‘보헤미안 랩소디’만큼의 음악적 쾌감을 선사하진 못한다. 공연의 흥과 감동을 채 느끼기도 전에 분주한 전개가 이어진다. 엘튼 존 음악의 국내 인지도가 퀸의 그것보다 떨어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