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고 종교적으로 폭발적인 부흥을 이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빠져나올 수 없는 위기 속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예측 불가한 지도자가 정권을 잡고 있는데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로 무장하고 위협한다. 사사기 시대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혼란이 가중되고 하나님께서 가증스럽게 여기시는 부도덕한 행위를 인권과 평등으로 포장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개인이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를 떠나 나라 전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 아니면 끝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그 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할 당시 애굽은 세계에서 가장 군사력이 강하고 물질적으로 잘사는 나라였다. 군사적·종교적·학문적으로 대단히 발달한 세계 최강국이었다.
하나님은 이 강대국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시듯 피, 개구리, 이, 파리, 가축 전염병, 악성 종기, 우박, 메뚜기, 흑암, 장자의 죽음 등 10가지 재앙을 내리셨다. 애굽의 바로 왕과 신하들은 무조건 하나님께 항복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에서 나오자마자 죽음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들이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간 곳은 양쪽에 산이 있고 앞에는 큰 바다가 가로놓여 있는, 꽉 막힌 길이였다. 바로와 애굽 신하들은 원수를 갚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을 맹추격했다. 백성은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모세를 원망하고 욕했다. 성경이니까 점잖게 기록돼 있지 온갖 욕을 다 퍼붓고 저주했을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우리나라도 최후의 위기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조금만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서로를 원망하고 지도자를 욕하며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은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전쟁은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일어날 수 없고 그 결과도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때가 바로 하나님을 붙잡아야 할 때다. 다윗이 칼과 창이 아닌 가장 원시적인 돌멩이로 가장 강한 군대인 골리앗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능력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모세라고 해서 남들과 다른 배짱을 가졌거나 하나님의 모든 계획을 미리 안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에 능력이 있음을 믿었다. 수십만명의 군사, 핵무기,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이데올로기를 능가하는 능력이 하나님의 말씀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첫 번째 방법은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떠드는 이유는 불안하고 두려워서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위기 때 떠들면 안 된다.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몹시 불안하고 두려울 때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 사람의 신앙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은 위기에 빠졌거나 큰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가장 먼저 입부터 다물어야 한다. 하나님은 위기 때 우리가 내뱉는 모든 말을 다 듣고 계신다. 이 말이 바로 스스로의 가치인 것이다.
모세는 두 번째 방법으로 하나님이 행하시는 일을 조용히 지켜보자고 한다. 엉망진창인 이 상태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수습하시며 어떻게 우리의 살길을 열어 주실지 모든 주도권을 하나님께 맡기고 끝까지 지켜보자고 한다. 그 과정과 해결책이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절망하지 말고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우리도 때때로 길이 도무지 안 보일 때가 있다. 그때는 주도권을 하나님께 넘겨드리고 하나님이 하시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주위 사람들이 ‘바보야,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으면 어떻게 해. 무엇이라도 해봐야지’라고 충동질할지 모른다. 이때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바라보는 자들을 절대로 버리지 아니하시고 지켜주신다. 특히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하는 자들을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그들과 싸우신다.
모세의 말은 이스라엘 백성을 좀 진정시켰다. 이것이 믿음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 가운데서 조금 진정하고 덜 떠들고 조용히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이 믿음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조금 잠잠해지자 드디어 하나님께서 백성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모세는 손에 든 것이 지팡이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이 전 재산이었다. 모세는 손을 앞으로 내민다. 이는 기도하는 자세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더이상 세상 사람들처럼 어떤 주장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한 손으로 성경 말씀을 붙들고 손을 앞으로 내밀어 계속 기도해야 한다.
모세가 손을 내밀었을 때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났다. 바다가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애굽 왕과 군대는 집요했다. 겁도 없이 바다 안까지 따라 들어왔다. 백성이 다 건넌 후 하나님이 모세에게 다시 손을 내밀라고 하신다. 그랬더니 바다가 합쳐져서 바로의 군대 전부가 몰살당한다.
오늘날 우리와 출애굽 이스라엘 백성의 처지가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 바다를 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지켜주셨던 여호와의 사자가 우리 주님이시다.
우리에겐 위기상황에서 피할 길이 준비돼 있다. 자기 생각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떠들지 말자. 조용히 서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지켜보자.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