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빈방문길에 오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떤 도전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미국에 사용가능한 보복 카드로 희토류와 여행, 유학뿐 아니라 구체적인 개별기업까지 직접 거론하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이는 곧 재선 체제로 들어가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전방위로 압박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협상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따라서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이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러시아 국빈방문에 앞서 러시아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성장과 장기적인 호전세는 변하지도, 변할 수도 없는 중국 경제의 대세”라며 “중국은 어떤 위험과 도전에 직면해도 이겨낼 수 있는 완전한 조건과 능력,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의 저력으로 14억명 인구와 고급 인재 등 자원 잠재력, 경제성장을 이끄는 내수시장, 신흥 전략산업과 신공유경제 등 새로운 경제활력,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도 장황하게 설명하며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2013년 이후 푸틴 대통령과는 거의 30차례 만났고, 매번 만날 때마다 유쾌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정세뿐 아니라 문학, 예술, 스포츠 같은 가볍고 즐거운 이슈도 다룬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내가 가장 가깝게 사귀는 외국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라며 “우리는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하고 국가를 다스리는 이념도 서로 통한다”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전용기편으로 모스크바에 도착해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양측의 노력 덕분에 중·러의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최근 가능한 대미 보복 카드를 모두 꺼내며 집중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은 이날 미국 포드자동차의 중국 내 합작법인인 창안포드오토모빌에 1억6228만 위안(약 277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시장총국)은 창안포드가 2013년부터 충칭 지역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상들에게 가격표를 제시함으로써 판매가격을 떠받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중국 반독점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포드에 대한 벌금 부과는 과거 사드(THAAD) 배치 후 롯데를 집중 타격했듯이 온갖 행정 수단을 동원해 미국 기업에 보복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시장총국은 지난해 5월부터 미국 마이크론과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3사를 반독점 혐의로 조사 중이어서 이들 업체에도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희토류 업계 전문가 회의를 열어 수출 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등 ‘희토류 무기화’를 재차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희토류는 현대 산업 전반에 필수불가결한 전략적 물자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관계자는 “희토류는 미국의 다수 첨단산업에서 필수 요소이고, 희토류 카드는 미국 봉쇄전략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이란 외국기업 블랙리스트를 작성키로 하고 대상을 “중국 업체를 봉쇄하거나 부품 공급을 중단 또는 차별하는 외국 기업과 조직 및 개인”이라고 밝혀 미국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을 제한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농업지역이 타깃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유학비자 발급주의보에 이어 미국으로 떠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도 주의를 당부하는 등 유학과 여행까지 대미 보복 카드로 부각시키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