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 75돌… 참전국 정상들 “인류 고통 해방 위해 헌신”

입력 2019-06-05 21:47 수정 2019-06-05 23: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찰스 왕세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부터)이 5일 오전(현지시간) 영국 남부 포츠머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D-Day) 75주년 기념식에서 행사를 참관하고 있다. 기념식에는 이들 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인류 역사상 최대 상륙작전이자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작전으로 꼽힌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2차 세계대전 참전국 정상들이 5일(현지시간)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 포츠머스에 모였다. 1944년 6월 실시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침공 작전으로,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찰스 왕세자, 테리사 메이 총리와 함께 포츠머스에 마련된 기념식장을 찾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2차 세계대전 주요 참전국 정상들도 자리했다. 영국 남부에 위치한 포츠머스는 75년 전 연합군 장병들이 노르망디로 출정한 곳이었다. 미군과 영국군, 캐나다군 등으로 구성된 연합군 16만명은 당시 6월 5일 포츠머스 등지에서 출정해 다음날인 6일 프랑스 노르망디에 상륙했다. 연합군은 상륙 당일에만 1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식 연단에 올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도 연설문을 낭독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인 6월 6일 밤 기도문 형식의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능하신 하나님, 조국의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들이 오늘 공화국과 종교, 문명을 수호하고 인류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전투에 나섰나이다”며 “우리와 우리 아들들, 우리 단합된 십자군에게 믿음을 주시옵소서”라고 말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카랑탕에서 5일 75년 전 연합군 병력이 낙하산을 타고 착륙하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AP뉴시스

마크롱 대통령은 나치 점령지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붙잡혀 처형을 앞둔 16세 소년병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념식장에 모인 참전용사들을 향해 “조국을 위한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먼저 말한 뒤 편지를 낭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와 재치를 잃지 않을 것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군가를 부를 것이다. 왜냐면 사랑하는 내 어머니가 나를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노먼 스키너 영국 육군 대위가 출정 이틀 전인 6월 3일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다. 스키너 대위는 작전 개시 이틀째인 6월 7일 전사했으며 편지는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됐다. 메이 총리는 “당신과 내가 보낸 행복한 나날은 마치 번개처럼 지나가고 말았다. 이 멋진 토요일 오후, 이 순간 나는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식의 마지막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장식했다. 전쟁 당시 공주 신분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여성 국방군에 입대해 트럭운전사로 복무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내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이 행사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전쟁을 겪은 우리 세대는 굴하지 않는다. 여러분을 포츠머스에서 다시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