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의 70%가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 모·부성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인 6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직접 양육이 어려운 장애인 부부는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69.9%가 응답했다. 부모가 장애인일 경우 자녀가 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질문에는 69.4%가 ‘그렇다’라고 답변을 했고, 국가와 사회가 장애인의 모·부성권 보장을 위해 임신, 출산, 양육을 지원해 줘야 한다라는 질문에도 94.0%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다수가 장애인의 모·부성권 보장을 위해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장애인이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구체적인 항목에서는 부정적이며 양면적인 정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인권위는 분석했다.
이용석 장애인총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정부에서 장애 여성 출산으로 인해 지원되는 비용은 일회성에 불과하다”며 “장애인 모·부성권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 이유로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70%에 육박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끼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장애가 될 것이라는 편견이 아직도 많다”며 “실제로 장애인 부부가 결혼하는 기사가 실린 적 있는데, 결혼하는 건 너희 마음인데 장애가 유전될 수 있으니 아이를 낳지 말라는 댓글이 가장 많았다”라며 장애인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인 박혜경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는 “장애인의 임신·출산에 대해 누군가에게 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생명에 대한 선택권은 본인이 가진다. 장애인들도 부모로서 가정에서의 경험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는 “장애인 부부로 아이를 키우는 경우 주변에서 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사회에 속해 일하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특히 지원이 없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해서 의료보장이 되는 것뿐. 20~30만원 벌겠다고 하는 순간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장애인일수록 오히려 사각지대에 몰린다는 것.
그는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중증장애인 부부의 자녀에게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에서는 장애인 가정에 대한 실태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다문화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 유형에 따른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적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에 대한 지원, 지체장애인에게는 활동보조서비스 등을 통해 충분히 풀어갈 수 있다. 지원만 되면 장애인도 충분히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전학적 문제가 있을 때 낙태를 가능하도록 하는 법 조항이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장애인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장애인이 태어나면 불행하다는 시선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