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돌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핵가족화로 부양 문화가 변화하고 있지만 한때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던 요양시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으로 인해 돌봄기관을 고르는 것도 일이 됐다. 요즘에는 노인들의 유치원, 일명 ‘노치원’이라 불리는 주·야간 노인보호센터가 인기다. 유치원처럼 하루 중 일정한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인데, 현실적으로 온종일 부모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의 돌봄 부담을 해소해주고 노인들에게는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5월 28일 경기도 가평의 한적한 시골길 한가운데 있는 길누리어르신재가복지센터에 방문했다. 기자가 센터를 찾은 시간 노인들의 ‘송영(送迎)’이 진행되고 있었다. 약 1시간 동안은 진행된 송영은 말 그대로 가는 사람을 보내고 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것으로, 유치원의 등원(登院)·하원(下院)과 같은 개념이다. 밖에서는 차량이 도착하자마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요양보호사 2명과 운전기사 1명이 부축에 나섰다. 걸을 수 있는 노인에게는 신발 벗는 것만 보조하면 됐지만,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키가 큰 남성 노인에겐 남성 운전기사와 남성 요양보호사가 달라붙어야만 했다.
거실에는 29명의 노인이 자리했다. 간호조무사는 먼저 도착한 노인을 대상으로 혈압 측정 및 건강 상태를 확인했고, 남자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세 명의 요양보호사는 2~3명의 노인을 침대 또는 화장실로 데려가 용변 및 뒤처리를 도왔다.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총 5명(남성 요양보호사 1명, 여성 요양보호사 4명)이다. 또 간호조무사 1명, 사회복지사 2명(원장 포함), 조리사 1명, 운전기사 2명이 근무한다. 주간보호센터의 인력기준 상 요양보호사는 수급자 7명당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방문한 센터는 1명을 추가해 배치했다.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선아 센터장은 “인력을 딱 맞게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어르신을 케어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래도 나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남자 선생님이 계시지만 이분이 휴무일 땐 여자 요양사 3~4명이 달라붙어도 힘들다”고 말했다.
◇“요양원 최대한 늦게 보내드리려고요”= 식사가 끝나고 9시 30분부터는 간호조무사가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에게 복약을 보조하고, 요양보호사는 용변 뒤처리 및 아침체조를 준비했다. 29명의 노인과 요양보호사가 둘러앉은 시각은 오전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에게 날짜와 이름 등을 물었고, 노인들은 큰 목소리로 답했다.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할 때 도와주는 모습은 끈끈한 동료애를 보는 것 같았다.
“체조 준비 되셨죠~! 음악 주세요”, “위로 털고 똥배, 아래로 털고 똥배!”, “엄마 노래 같이 불러요, 짠! 짠!”. 요양보호사의 외침에 따라 본격적인 아침체조가 시작됐다. 손뼉을 치거나 기구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고, 노래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진행했다.
센터에 있는 모든 요양보호사와 노인 들이 다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보약 같은 친구야” 함께 따라 부르던 가사의 한 소절이 귀에 꽂혔다.
이 센터장은 “우리는 어르신들이 요양원을 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실내에서는 휠체어 대신 다리를 쓸 수 있게끔 하고, 아침체조도 참여하게끔 한다”며 “요양원은 보호자가 힘들면 보내는데, 선생님들은 보호자들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돌봐드리자’고 한다. 우리는 가족이 해주지 못하는 걸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모(87, 5등급) 할머니는 “나도 혼자서 걷기 힘들고, 못 걷는 노인들도 많은데 선생님들(요양보호사)이 잘 해줘서 좋다. 불편하게도 안 하고 화장실도 같이 가준다”고 말했다.
◇만능 요양보호사 요구하지만 처우는 치료지원비 16만원, 수당 6만원뿐= 센터에서는 각종 인지·정서·신체 분야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전문 강사를 초청한다. 사실 건보공단의 요양시설 운영규정상 요양보호사가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되지만, 치료 효과를 위해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요양보호사들이 직업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센터도 있는데 우리는 치료 효과를 위해 전문가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총 9명의 강사를 초청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받는 정부 보조금 16만원으로는 강사비 충당도 어렵다. 인건비는 한 타임에 평균 5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열악한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토로하며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에서 휴게시간을 주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휴게실에서 쉬라고 해도 눈앞의 상황 때문에 다들 맘 편히 쉬지도 못한다. 어르신들은 아이들과 달리 넘어지기만 해도 크게 다친다”며 “하지만 급여는 최저임금이고, 3년이 지나야 장기근속수당이 나온다. 그런데 그게 6만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도 4대보험을 제해 4만원 조금 넘게 지급된다. 빨간 날에도 일하는 선생님들에게 사명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책에서는 ‘봉사정신을 가지고 하는 직업입니다’라고 하지만 사실 경제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미영 사회복지사는 “100% 돈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요양시설에 있는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낮다. 행정적인 일을 더 많이 하긴 하지만 어르신 케어가 힘들다는 것을 아니까 요양보호사를 도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센터 내 유일한 남자 요양보호사인 이정훈(50)씨는 “사실 다른 센터에서도 남자 요양보호사를 보기 쉽지 않다. 있더라도 60세가 넘는 분들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고 본다”며 “아쉬운 점은 일하는 것에 비해 급여가 작다고 느껴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