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북한과도 하는 협상, 한국당과 못할 리 없다

입력 2019-06-06 04:05

꽉 막힌 북핵 문제와 악화되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5당 대표 회동이냐 3당 대표 회동이냐를 두고 도무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보기엔 대동소이한데, 그들 눈에는 필사적으로 상대를 꺾어야만 하는 큰 차이점이 보이는 듯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한국당이 대표 회동 의제를 넓히자는 요청을 해 받아들였다. 또 일대일 회담을 제안해 5당 대표 회동과 동시에 진행키로 했다”며 “여기서 저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회담 형식과 의제를 모두 한국당이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더 이상 양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저희는 긍정적 답변이 오기를 다시 한 번 기다리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청와대가 통 큰 양보를 한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 대담에서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하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같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주제로 하기 곤란하다면 대북 식량지원이나 남북 문제 등에 국한해 회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경색돼 회동이 여의치 않다면 우선 시급한 안보 문제라도 풀자는 취지이지 애초에 의제를 제한한 건 아니었다. 2017년 7월 4당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도 남북 관계는 물론 인사 문제와 신고리 5·6호기 중단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 국정 전반을 논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일대일 회담이 처음 열리는 것도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시절에 일대일 회담을 했었다. 의제나 형식 모두 과거에 이미 했던 것들이어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특별히 인심을 쓴 건 아니다.

청와대는 추경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문제가 좌초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고, 파국의 책임은 청와대가 지게 된다. 회동 시기 역시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 탓에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석수가 좌우하는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 3당 대표를 우선 만나자는 황 대표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회동 결과는 3당 대표 회동을 주장한 황 대표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고 국민들이 평가하면 될 일이다.

북핵과 경제 상황에 대해 국민적 불안감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청와대가 제1야당과 부차적인 문제로 ‘벼랑 끝 대치’를 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가 해법을 찾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제3의 방안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3자 회동을 하기로 하고, 회동에서 배제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3자 회동 전후에 별도로 만날 수도 있다. 청와대는 남북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완전히 열매가 무르익기 전에 땄을 때는 이도저도 안 된다”며 “상대가 있는 것이어서 한발 한발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북한과도 하는 협상을 한국당과 못할 리 없다.

강준구 정치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