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격돌에… ‘양아치’ 막말에… 바른미래당, 눈만 뜨면 싸움박질

입력 2019-06-05 19:13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03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대표 퇴진 문제로 연일 계파 싸움 중인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퇴진파가 5일 창당 정신을 두고 다시 격돌했다. 당이 창당 이후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지루한 노선투쟁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퇴진파 좌장 유승민 의원의 최근 경북대 강연 내용을 문제 삼아 “개혁적 중도보수가 우리 당 정체성인양 말하시는데 창당 당시 통합선언문을 읽어보고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어디에도 우리 당이 개혁적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는 말은 없다”며 “유 의원은 손 대표가 당 정체성을 훼손했다는데 유 의원이야말로 당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퇴진파는 합당 과정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인사들이 창당 정신을 왜곡한다며 반발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가 함께 쓴 합당선언문은 일필휘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양측이 상당한 교감을 거쳐 마련한 문서”라며 “자구 수정 하나 참여하지 않은 분이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개혁보수만 말하던 유 의원이 의원 연찬회 등을 거치며 이제는 중도까지 포용하자는 의미에서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곡해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격론이 이어지자 “기자들 보기 민망하다. 참아 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이 전날 의원총회 때 퇴진파 이혜훈 의원에게 ‘양아치’라고 비난했다는 의혹을 놓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3선에 국회 교육위원장인 사람(이찬열)이 동료 여성 의원에게 이런 비교육적 막말을 하는 게 놀랍다. 명백한 여성 비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의원이 과거 국회 화장실에서 흡연하다 걸린 사례까지 끄집어내 “흡연피해법을 발의하고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는 사람, 이런 게 양아치 아니냐”고 비꼬았다.

손 대표는 이날 퇴진파 최고위원 5명이 요구한 송태호 윤리위원장 교체를 거부했다. 퇴진파는 송 위원장이 손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라며 대표가 윤리위를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가 제소된 안건들 중 하 최고위원의 “나이 들면 정신 퇴락” 발언만 징계 절차에 착수키로 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손 대표는 “징계 대상자인 하 최고위원이 참여한 불신임 요구는 재적 최고위원 과반의 요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윤리위원장에 대한 최고위원 다수의 불신임 요구는 당헌·당규에 보장된 권리”라고 반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