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퇴진 문제로 연일 계파 싸움 중인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퇴진파가 5일 창당 정신을 두고 다시 격돌했다. 당이 창당 이후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지루한 노선투쟁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퇴진파 좌장 유승민 의원의 최근 경북대 강연 내용을 문제 삼아 “개혁적 중도보수가 우리 당 정체성인양 말하시는데 창당 당시 통합선언문을 읽어보고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어디에도 우리 당이 개혁적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는 말은 없다”며 “유 의원은 손 대표가 당 정체성을 훼손했다는데 유 의원이야말로 당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퇴진파는 합당 과정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인사들이 창당 정신을 왜곡한다며 반발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가 함께 쓴 합당선언문은 일필휘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양측이 상당한 교감을 거쳐 마련한 문서”라며 “자구 수정 하나 참여하지 않은 분이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개혁보수만 말하던 유 의원이 의원 연찬회 등을 거치며 이제는 중도까지 포용하자는 의미에서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곡해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격론이 이어지자 “기자들 보기 민망하다. 참아 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이 전날 의원총회 때 퇴진파 이혜훈 의원에게 ‘양아치’라고 비난했다는 의혹을 놓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3선에 국회 교육위원장인 사람(이찬열)이 동료 여성 의원에게 이런 비교육적 막말을 하는 게 놀랍다. 명백한 여성 비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의원이 과거 국회 화장실에서 흡연하다 걸린 사례까지 끄집어내 “흡연피해법을 발의하고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는 사람, 이런 게 양아치 아니냐”고 비꼬았다.
손 대표는 이날 퇴진파 최고위원 5명이 요구한 송태호 윤리위원장 교체를 거부했다. 퇴진파는 송 위원장이 손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라며 대표가 윤리위를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가 제소된 안건들 중 하 최고위원의 “나이 들면 정신 퇴락” 발언만 징계 절차에 착수키로 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손 대표는 “징계 대상자인 하 최고위원이 참여한 불신임 요구는 재적 최고위원 과반의 요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윤리위원장에 대한 최고위원 다수의 불신임 요구는 당헌·당규에 보장된 권리”라고 반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