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토착민이 물고기를 잡은 뒤 안아 주는 이유는…

입력 2019-06-05 20:17
아트선재센터 등 주요 미술관에서 생태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일민미술관의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 전시에 나온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영상작품 ‘물고기’의 한 장면. 일민미술관 제공

한국 미술계에도 ‘생태 담론’이 상륙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기후 문제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있게 경고한 리투아니아가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생태 재앙과 인류세(人類世)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아방가르드 미술을 선보여왔던 일민미술관과 아트선재센터에서 인류세를 정면으로 다룬 기획전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일민미술관의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8월 28일까지)와 아트선재센터의 ‘색맹의 섬’(7월 7일까지)이 그것이다.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의 전시는 제목에서부터 인류세를 표방한다. 인류세는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가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하며, 인류와 다른 생물종의 공존이 이 시기의 과제다.

이번 전시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브라질 국가관 대표작가 출신인 신시아 마르셀 등 브라질 작가 11명을 초대했다. 한국 작가 8명(팀)을 초청해 이 주제를 가지고 머리를 맞댔다. 전 세계 산소의 20%를 만들어내는 ‘지구의 산소 탱크’ 아마존을 보유한 브라질인 만큼 예술가들은 여느 국가 작가보다 뜨겁게 생태 재앙 문제를 고민해왔다. 작가들은 스티로폼 레이저빔 LED조명 게임 음향 등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생태학적 상상력들을 풀어낸다.

신시아 마르셀의 영상에는 마치 우리가 툭툭 던지는 듯한 쓰레기가 계속 날아드는 장면이 펼쳐진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는 물고기를 잡고 나서 아기를 안듯 한 번 안아주는 브라질 토착민의 풍습을 소재로 한 영상을 선보인다.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의 ‘색맹의 섬’ 역시 생태적 사고를 제안하는 전시다.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거나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서 공존의 대상으로 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작가 임동식과 우평남, 독일 작가 비요른 브라운 등 국내외 작가 10여명이 참여했다. 전업 작가 임동식과 아마추어 작가 우평남이 같은 장소를 다르게 그린 풍경화는 인간끼리의 동행이 주는 흐뭇함을 맛보게 한다. 나아가 전시는 어떻게 인간과 동물이 동행하는지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비요른 브라운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그는 들쥐가 지나간 길을 통째 전시장에 가져왔다. 그러곤 그 위에 자신의 창작을 더했다. 또 새집 모양을 직접 만들어보고자 시도했던 작가는 새들이 그 일에 훨씬 유능하다는 걸 알고는 도발적인 상상을 한다. 자신이 내민 실 깃털 나뭇가지 등 여러 재료를 가지고 새들이 집을 짓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동물과 예술가가 협업한 작품 등 그야말로 생태적 예술 감수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