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한 수준 반대” “어리석은 짓”… 공화당-트럼프, 멕시코 관세 내분 심화

입력 2019-06-05 19:14 수정 2019-06-05 21:49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멕시코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대표단은 5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산 제품 관세 부과 관련 협상에 들어갔다. AP뉴시스

불법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제품에 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침을 두고 백악관과 공화당이 내분에 휩싸였다.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대통령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맞불을 놨다. 양국 대표단은 워싱턴에서 협상에 들어가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그대로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공화당의 반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그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어리석은(foolish) 짓”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인 공화당이 반대하더라도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공화당은 ‘관세 카드’를 남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연일 반기를 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비공개 오찬에서 최소 6명의 의원이 다음 주부터 모든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백악관 방침에 반대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관세에 대한 지지도는 확실히 낮은 상황”이라며 “우리는 멕시코를 상대로 한 관세 부과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멕시코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의회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안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같은 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상원과 하원이 의회 결의안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던지면, 결의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은 효력을 잃는다. 론 존슨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은 “백악관은 국경장벽 건설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은 멕시코 관세 부과를 사이에 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간 대립은 양측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란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레버리지지만, 공화당 입장에선 또 다른 세금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경제적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공화당은 그동안 소득세 인하와 법인세 감면을 주장해 왔고, 이 부분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 존슨 의원은 “공화당원들은 국내 회사와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 고위급 대표단은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하에 협상을 진행한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직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워싱턴으로 보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스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브리핑에서 “(관세 부과 예정일인) 10일 이전에 양국은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확률은 80%”라고 낙관했다. 멕시코 측은 그러나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미국에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는 밝히지 않았다. WP는 “멕시코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