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해외 사업 확대 발판 ‘글로벌 KB’ ‘리딩뱅크’ 만든다

입력 2019-06-06 04:05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찌민 지점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KB금융은 13개국에 51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제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4월 직원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했다. 직원들과 소통하는 타운홀미팅 자리에서였다. 제목은 ‘안티프래질(Antifragile)’.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블랙스완(Black Swan)’의 저자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가 쓴 책이다. 책에서는 강조하는 건 ‘위기를 통해 더 단단해진다’인데, 이는 윤 회장의 속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윤 회장은 이 자리에서 “KB금융이 동남아시아와 선진국에 동시 진출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발판으로 한국 1위(리딩뱅크)는 물론 ‘글로벌 KB’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윤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는 올해 KB금융의 목표인 ‘혁신 사업 확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을 떠나 세계를 무대로 성장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그룹 회장을 맡은 2014년부터 글로벌 사업을 각별하게 챙기고 그룹 차원의 기업투자금융(CIB)을 강조해 왔다. 미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1600억원 규모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사업, 1100억원 규모의 가스화력발전소 인수사업 PF를 주선했다. 지난 3월에는 1680억원 규모의 미국 오하이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PF 주선까지 마쳤다. KB금융 관계자는 5일 잇단 PF 성공에 대해 “KB증권, KB생명보험 등이 참여하고 있는 KB자산운용펀드가 KB국민은행과 함께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이 역설하는 ‘하나된 KB’ 전략이 해외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셈이다.


윤 회장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해외 리테일(점포 영업) 수익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KB금융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3개국에 51개 해외 점포를 두고 있다. 베트남의 하노이 사무소, 인도의 구루그람 사무소는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의 소매금융 전문 ‘부코핀은행’ 지분(22%)을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윤 회장의 글로벌 경영은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땀과 노력이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KB금융의 해외 당기순이익은 2016년 720만 달러, 2017년 890만 달러에서 지난해 5150만 달러로 뛰었다.

최근 윤 회장은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금융회의(IMC)에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IMC는 세계 26개국 민간금융 수뇌부가 모여 비공개로 국제경제 현안을 토론하는 모임이다. 윤 회장은 지난달에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서밋(MS CEO Summit)’에 국내 CEO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선 토론자로 나섰었다. 윤 회장은 보아오 포럼에서 “금융회사가 기술회사로 변신하기보다 직원들의 디지털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람 중심 경영을 강조해 주목받았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