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90분 강연료 1550만원, 대덕구 “그대로 진행할 예정”

입력 2019-06-05 19:34

“단 두 시간 만에 1550만원을 번다니 허탈하다. 이렇게 쓰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닌데 너무 화가 난다.”(대전 대덕구 주민 정모씨)

“가수들은 축제에서 노래 3곡만 해도 수천만원을 우습게 번다. 김씨가 블랙리스트에 있었던 인물이라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대덕구 주민 김모씨)

대전 대덕구가 방송인 김제동(사진)씨를 강사로 초빙하면서 강연비로 1550만원을 책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 의견도 ‘세금 낭비’라는 쪽과 ‘괜한 트집’이라는 쪽으로 갈린다. 대덕구는 “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정”이라며 예정대로 강연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5일 대덕구에 따르면 오는 15일 오후 2시 대전 한남대에서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아카데미’ 특강이 열린다. 청소년아카데미는 각계 명사들을 초청해 매년 진행되고 있다.

논란은 지난 3일 자유한국당 소속 대덕구의회 의원들이 김씨의 강연료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졌다.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1550만원을 주며 강사를 모셔오는 것은 구민 정서와는 전혀 동떨어진 일”이며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물을 강사로 섭외한 것은 구청장이 특정 정치이념을 주입하려는 음모”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당 대전시당도 김씨의 강사료가 과거 강단에 섰던 강사들보다 3배나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희조 한국당 대전시당 수석대변인은 “전임 청장 재직 당시 진행된 아카데미에서는 강사 2명 모두 500~6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대덕구 측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비싼 강사료를 책정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수연 대덕구 의원도 “혹자는 축제에 섭외되는 가수들의 몸값과 비슷한 문제라고 하는데,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대덕구에 적용될 말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대덕구는 지역별 교육격차가 심한 지역 특성을 고려하고 구민 선호도를 반영해 강사 섭외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대덕구 관계자는 “영화관조차 없는 문화 소외지역인 대덕구가 김씨 같은 명사를 언제 강사로 모셔보겠는가”라며 “혁신교육지구 사업 내에 아카데미 예산이 포함됐고, 그 범위 안에서 강사료를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이념 주입”이나 “불순한 의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터무니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이후 구민들 대상으로 차기 강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선호도가 높은 후보군 중 김씨의 일정과 강사료 등이 조건에 맞아 강사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대덕구 측은 “강연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