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19년의 피날레… 다크 피닉스여야만 했던 이유 [리뷰]

입력 2019-06-06 00:05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가 월트디즈니에 인수되며 폭스에서 제작하는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향후 엑스맨은 마블 유니버스에 편입돼 확장된 스토리를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19년간 이어져 온 엑스맨 유니버스의 화려한 피날레. ‘엑스맨’ 시리즈의 열두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인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5일 공개됐다. 원작 코믹스의 가장 강력한 캐릭터인 다크 피닉스를 중심에 놓은 끝맺음은 이 시리즈가 끝끝내 완수했어야 할 과제이자 임무였다.

2000년 출발한 ‘엑스맨’ 시리즈는 여타 히어로 영화들과 명백한 차별성을 지녔다. 차별과 편견에 고통받는 소수자들을 은유한 돌연변이(mutant·뮤턴트) 히어로들을 통해 현실적인 이슈를 판타지적으로 풀어냈다. 이번에도 주류 사회에서의 소수자 권리에 대한 담론은 은연중에 심어져 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그동안 주변 캐릭터로 그려졌던 진 그레이(소피 터너)에게 내재돼 있던 ‘피닉스 포스’가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배경은 인간과 돌연변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던 1990년대. 우주에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우주로 향한 엑스맨들이 임무 도중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인해 진은 모든 것을 능가하는 강력하고 파괴적 힘을 지닌 ‘다크 피닉스’로 변화한다. 엑스맨 멤버들은 피할 수 없는 내적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가족과 같은 존재인 진을 지켜야 하는지, 아니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린 진을 없애고 지구의 운명을 구해야 하는지.


다크 피닉스의 힘을 이용하려는 미스터리한 외계 존재 스미스(제시카 차스테인)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 같은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에서 메인 캐릭터와 빌런이 모두 여성으로 설정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사는 그 자체로 신선하고도 반갑다.

쟁쟁한 출연진이 작품에 무게감을 더한다. 프로페서X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 매그니토 역의 마이클 패스벤더, 미스틱 역의 제니퍼 로렌스, 비스트 역의 니콜라스 홀트 등 개개인이 뿜어내는 존재감이 선명하다. 돌연변이들의 다채로운 초능력이 망라된 액션 시퀀스는 이 시리즈만의 매력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CG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군용헬기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진과 매그니토의 초능력 대결은 1800㎏이 넘는 헬기를 케이블과 크레인으로 연결해 찍었다. 매그니토가 땅속 지하철을 들어 올리는 장면도 실제 지하철을 이용해 촬영했다.

앞서 피닉스 포스에 대해 처음 다뤘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은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혹평을 들었다. 당시 각본가로 참여했던 사이먼 킨버그 감독은 절치부심 끝에 안정적인 엔딩을 이끌어냈다. 세대교체 이후 새롭게 펼쳐질 엑스맨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114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