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4월에 적자로 돌아섰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4월에 외국인 배당 송금이 몰린 데 따른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한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배당소득수지 적자 폭이 2017년 4월은 물론 지난해 4월에 비해서도 줄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수출 부진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폭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제조업 등의 수출·수입 실적을 보여주는 상품수지는 56억7000만 달러 흑자에 그쳐 작년 4월(96억2000만 달러)보다 무려 41%나 줄었다.
정부는 5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비관론을 일축한다. 매달 통계치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옳다. 하지만 일시적이든, 아니든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상품수지 흑자 감소는 말할 것도 없이 수출 부진 때문이다. 그 핵심에는 2017년 이후 ‘깜짝 실적’을 주도한 반도체 수요와 가격 급락이 있다. 그런데 반도체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이를 대체할 주력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반도체 수요 회복은 미뤄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중국은 반도체 등 한국산 중간재, 자본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더 강해졌다.
경상수지는 정부 스스로 ‘경제 펀더멘털 중의 펀더멘털’이라고 부를 만큼 경제주체의 심리와 대외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제지표다. 한은의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245억 달러) 달성이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이미 퍼지고 있다. 우선, 정부는 연속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지 않도록 상품수지는 물론 서비스수지 등 경상수지 상황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 불안심리를 제어해야 한다.
아울러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출 구조를 바꾸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는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한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폐해가 드러난 소득주도성장의 수정도 필수적이다.
[사설] 7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구조개혁 시급하다는 신호다
입력 2019-06-06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