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과 봉사의 계명정신으로… 4차혁명 새시대 인재 양성에 박차

입력 2019-06-06 18:30
계명대 캠퍼스 본관의 과거와 현재 모습. 왼쪽 흑백사진 부분은 초창기 대명캠퍼스 건설 당시 모습이고 오른쪽은 현재 성서캠퍼스 본관의 모습이다. 계명대 제공

1899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부가 대구에 보낸 서양인 선교사들이 대구약령시 인근에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세웠다. 120년이 지난 지금 제중원을 모태로 성장한 계명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지역 사학과 의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계명대가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계명대 교직원과 각계 인사 1000여명은 지난달 20일 달서구 성서캠퍼스 아담스채플에서 12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일희 총장은 계명정신인 ‘청정절융’(청결·정직·절약·융합)을 강조했다. 청정절융은 계명 창립의 근간이자 발전 바탕인 개척정신과 학문의 탁월성 추구,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만든 계명인의 덕목으로 120년 전 제중원에서 시작된다.

의료선교사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 박사가 설립한 제중원은 의료 혜택을 누리기 힘든 당시 지역민들을 보살폈다. 제중은 ‘박시제중(博施濟衆)’의 줄임말로 ‘백성에게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1903년 중구 동산동으로 이전해 1906년 건물을 신축했으며 1911년 동산기독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존슨 박사와 함께 교육과 선교에 힘을 쏟은 제임스 아담스(1867~1929) 선교사의 아들 에드워드 아담스(1895~1965) 선교사는 1954년 최재화 강인구 목사 등과 함께 계명기독대학을 설립했다. 1964년 계명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한 뒤 발전을 거듭해 1978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두 기관은 1980년 통합되면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계명대는 붉은 벽돌 건물이 인상적인 캠퍼스로 유명하다. 2001년 한국대학신문 ‘전국 아름다운 캠퍼스 10선’에 선정됐고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소가 됐다. 계명대 캠퍼스는 개척정신의 산물이다. 처음 자리 잡은 곳(남구 대명동)이 촌락에서 멀리 떨어진 ‘청석바위’라고 불리는 척박한 바위 언덕이었는데 이곳을 깎아 캠퍼스를 만들었다. 이후 1996년 본부를 성서캠퍼스로 옮기면서 성서 시대를 열었다.

봉사와 섬김 정신도 그대로 스며들었다. 계명대 건물에는 아담스채플, 바우어관, 의양관, 백은관, 영암관 등 특별한 이름이 붙어있는데 오늘의 계명대가 있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성이나 아호를 붙인 것이다.

계명대는 방학 때마다 국외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난 16년간 17개국에서 96회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파견인원만 3400명이 넘고 지원 금액은 7억원에 달한다. 교직원 900여명은 2004년 자발적으로 ‘계명1%사랑나누기’를 조직해 월급의 1%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위해 2015년 총장 직속기구인 ‘계명카리타스봉사센터’도 설립했다.

계명대는 계명정신을 바탕으로 전국 10위권 안에 드는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7명의 청년들에게 근대의학을, 118명의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교육하던 계명대는 현재 15개 단과대학 21개 학부 92개 학과·전공 10개 대학원에 2만4000여명의 재학생을 가진 대학이 됐다. 또 중국과 미국, 프랑스, 러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100여개 국가의 외국인 학생 1000명 이상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세계를 향해 빛을 여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현재 62개국 344개 대학 및 45개 기관과 활발하게 국제교류를 하고 있다.

계명대는 ‘학문의 탁월성 추구’ ‘교육의 윤리성 앙양’ ‘실존의 본질성 연찬’이라는 새로운 덕목을 제시하며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 총장은 “청정절융을 생활실천 덕목으로 삼고 대학 구성원 모두가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해왔다”며 “인구감소로 인한 수험생 감소, 오랫동안 이어진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 위기,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 등 다양한 문제와 마주하고 있지만 그동안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 계명대 동산병원은
최첨단 장비 갖추고… 감동이 함께하는 지역 최대 치유의 동산


1899년 제중원(왼쪽)에서 시작한 작은 약방이 대구·경북지역 최대 규모 계명대 동산병원(새 병원 모습)으로 성장했다. 계명대 제공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지난 4월 15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옆에 새 병원을 개원했다. 새 병원은 부지 4만228㎡, 연면적 17만9218㎡에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로 지역 의료기관 최대 규모인 1041병상을 갖췄다. 존스홉킨스대병원 등 세계적 수준의 미국 병원 8곳을 모델로 설계됐다. 건물 콘셉트는 ‘감동의 손길이 함께 하는 치유의 동산’이며 미국 그린빌딩협의회로부터 인증을 받기도 했다.

방사선량과 소음은 크게 줄고 검사 속도는 빨라진 국내 최고 사양의 MRI와 CT가 설치됐으며 암 진단에 특화된 디지털 PET-CT도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이밖에도 60여종 2000여개의 신규 의료장비가 갖춰졌고 국내 최초 주사약 자동조제시스템(ADS)도 운영되고 있다. 병원 옥상에는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 헬리포트가 설치됐으며 2개 국어 동시통역이 가능한 국제회의실도 갖췄다.

수술센터는 비수도권 최초로 24개 수술실 중 3곳에 로봇시스템을 구축했고 음성인식시스템까지 갖춰 의사가 음성만으로 모든 수술 장비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복합 혈관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외과수술과 중재시술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술실’도 지역 최초로 도입했다.

대구 중구 동산동에 있는 대구동산병원은 209병상에 23개 진료과를 운영하는 2차 병원으로 재개원한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