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발행어음 5000억 하루만에 완판… 안전자산에 돈 몰린다

입력 2019-06-05 04:02

발행어음 시장의 ‘새내기’인 KB증권이 발행어음 판매 하루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저금리시대에 투자할 만한 상품이 마땅치 않자 단기 투자로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이 쏠렸다. 여기에 전통적 투자처인 주식시장의 부진까지 더해지자 투자자들은 채권·달러 상품으로도 눈을 돌린다.

KB증권은 원화 발행어음이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고 4일 밝혔다. 전날 원화 5000억원, 외화 500억원의 발행어음을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원화 5000억원이 모두 팔렸다. KB증권은 1년 만기 약정식 발행어음의 경우 연 2.3%, 적립식은 연 3% 금리(수익률)를 준다. 올해 총 2조원의 발행어음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어 운용자산이 확보되는 대로 2차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개인고객 선착순 1만명을 대상으로 연 5.0% 금리를 1년 약정기간에 제공하는 특판 발행어음은 지금도 가입 가능하다(월 50만원 한도).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회사의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약정 금리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앞서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과 KB증권만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한다.

이름조차 생소한 발행어음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금융투자업계에선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발행어음을 찾는다고 본다. 채권시장에서 모든 국채의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 정도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수익률)가 고객들 눈에 띈 것 같다”고 전했다. 발행어음은 은행 예·적금처럼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다. 다만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낮다.

연 5.0%라는 특판 금리도 매력적이다. 이벤트 성격이 짙기는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온라인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적립식 발행어음(월 50만원 한도)을 내놨다. 연초 NH투자증권에서 연 5% 특판 금리로 선보였던 발행어음은 매진됐다.

‘전통의 강자’ 주식시장이 부진에 빠진 데 따른 반사이익도 있다. 1분기 상승세를 타던 국내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고꾸라졌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채권이 대표적이다. 주식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수요가 높아지자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세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달러상품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생명은 지난달 27일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무)ELS의 정석 변액보험(달러형)’을 출시했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하면서 달러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방카슈랑스 채널인 KEB하나은행을 찾는 자산가 가운데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꾸준히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