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발언 했다” “안했다” 바른미래당 의총 진실공방

입력 2019-06-04 19:13 수정 2019-06-04 23:44
국회에서 4일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오른쪽) 대표가 발언할 때 오신환 원내대표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의총에서는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측과 손 대표 측의 설전이 이어졌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4일 오신환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첫 의원총회에서 당권파와 퇴진파로 나뉘어 얼굴을 붉히며 험악한 공개 설전을 벌였다. 손학규 대표 퇴진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어떤 안건도 회의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당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최근 하태경 최고위원의 손 대표를 겨냥한 ‘나이 들면 정신 퇴락’이라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설전을 촉발했다. 이 의원은 “어르신 폄훼 발언은 인격살인성 막말”이라며 “가혹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는 제소된 안건들 가운데 하 최고위원 건만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이 의원의 “유승민 의원은 꼭두각시들을 데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라”라는 발언은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퇴진파인 이혜훈 의원은 곧바로 이찬열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며 맞받아쳤다. 이혜훈 의원은 “하 최고위원의 말이 좋은 말은 아니나 그럴 수도 있는 말이고 해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이가 있다면 하 최고위원은 세 차례 사과했지만 이찬열 의원은 사과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혜훈 의원은 또 “송태호 윤리위원장은 ‘손학규 대통령 만들기’ 사조직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우두머리이고, 이찬열 의원도 거기 이사 아니냐”며 “오 원내대표에게 편파적으로 당을 운영하지 말라는데 손 대표부터 당을 편파적으로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찬열 의원은 얼굴을 붉히며 “말하면 그게 다 말인가. 말 똑바로 하라”고 고성을 질렀고, 이혜훈 의원은 “저는 제대로 말했다”고 반박했다. 퇴진파 지상욱 의원도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의 사조직, ‘시다바리’(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을 일컫는 일본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찬열 의원이 회의 도중 나가며 이혜훈 의원을 향해 ‘양아치’라고 발언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지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발언과 관련해 손 대표에게 이찬열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정병국 전권 혁신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나 합의는 불발됐다. 다수 의원이 전권 혁신위 필요성에 공감했고, 손 대표를 향해 혁신위 설치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키는 전권 혁신위에 회의적인 호남 중진 의원들이 쥐고 있다”며 “그들도 현 지도체제로 당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 동의하는 만큼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의 권은희 의원은 “손학규의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의 시간이 중요하다. 본인 때문에 당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