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병준 “정부 잘못 가는 게 확실… 나라 걱정 크다”

입력 2019-06-04 19:12
사진=김지훈 기자

김병준(사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달여간의 미국 체류를 끝내고 4일 돌아왔다. 귀국 일성으로 “나라 걱정이 크다. 이 국가를 위해 문제가 많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행보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한국당 내 비주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책 조언자, 보수통합 매개자 등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오전 5시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기왕 정치 현실에 발을 디뎠는데 발을 빼기가 쉽겠느냐. 여러 사람의 기대도 있고,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 큰 걱정은 내 걱정도, 당 걱정도, 누가 (총선에서) 몇 석을 얻느냐 하는 걱정도 아니다”며 “정치적으로 봐서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길을 잃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정부가 잘못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에 있으면서 더더욱 느꼈다”며 “국가가 가야 할 길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이 자율의 정신 위에서 자기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7개월간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거듭 현 정부의 국가주의적 성향을 비판했었다.

보수대통합 관련 질문에는 “뜻 맞는 사람들이 전부 모여 정부가 역사에 역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우리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이데올로기적인 생각을 고집하면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이 된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는 “고생을 많이 하시더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제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지 않나. 만나자는 분이 여러 명 있으니 당내 사정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녁 모교인 대구 영남대를 찾아 ‘한국 정치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몇 달 전 약속한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귀국 후 첫 행선지로 고향 대구·경북(TK)을 택한 것이 의미심장하다는 말도 나왔다. 그가 총선에서 TK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당분간 당직 등을 맡기보다 당 외곽에서 강연이나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로 뽑힌 당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는데, 전직 비대위원장이 당장 설 공간은 넓지 않다”며 “외부에서 자기 역할을 하다 연말쯤 당에서 선거 관련 역할 요청이 있으면 그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중진 의원은 “황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조만간 만나지 않겠나. 마침 당에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책정당을 표방했으니 ‘국민성장론’ ‘평화 이니셔티브’ 등을 내놨던 김 전 위원장이 조언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2일 미국으로 출국해 여행과 특강, 교민 간담회 등을 했다. 자녀 양육 스토리 등 가족에 대한 얘기를 담은 에세이 집필도 완성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