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여의도연구원이 총선을 앞두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정철 원장이 ‘총선 병참기지’를 자처한 민주연구원은 모당(母黨)인 민주당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반면, 김세연 원장의 여의도연구원은 지도부와 한 발 떨어져 독자 행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친문 주류로 당내 ‘인싸’(인사이더)인 양 원장과 복당파 출신의 비주류로 ‘아싸’(아웃사이더)인 김 원장의 당내 입지가 싱크탱크의 위상과 역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4일 양 원장이 다음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방문해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와 만난 양 원장은 한 달간 여당 소속 14개 광역단체장들과 순차적으로 회동할 계획이다. 광역단체 산하 싱크탱크와 민주연구원 간에 협력 관계를 강화해 이를 총선 공약 개발로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총선을 10여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당 싱크탱크의 수장이 지자체장을 만나며 총선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양 원장에게 따라붙는 ‘대통령 최측근’이란 꼬리표, 원장 자리를 꿰차자마자 연구원을 총선 병참기지로 규정하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하는 일련의 모습들이 민주연구원의 체급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당도 양 원장의 지휘를 받는 부원장에 3명의 현역 의원(김영진·이재정·이철희)을 배치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전 의원까지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합류하면서 당을 향한 청와대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연구원은 당의 정책을 뒤에서 보좌하는 ‘그림자’ 역할을 하는 곳인데 전면에 나서는 게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은 민주연구원과 대조적으로 지도부와 거리를 두며 당내 ‘이단아’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개혁보수 성향의 김 원장은 연구원 직원들을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유 오피스’에 배치하고 20, 30대 젊은 당직자들을 주축으로 ‘차세대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낡은 당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장이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던 관행도 김 원장 취임 이후 없어졌다. 전임 김선동 원장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도부와 같은 결의 목소리를 낸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총선을 앞두고 당의 외연 확대가 중요한 만큼 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김 원장의 포석이다. 하지만 김 원장이 당내 비주류인 탓에 여의도연구원의 ‘끗발’이 민주연구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중 현역 의원은 송언석 의원이 유일해 전현직 의원 등 5명으로 진용을 꾸린 여당 싱크탱크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 가용 인력 규모도 민주연구원이 30명 안팎으로 여의도연구원보다 10명가량 많다.
한국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연구원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데 상대적으로 여의도연구원의 움직임은 조용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민주연구원과 우리는 초점이 다르다”며 “당이 부족한 부분인 소통과 공감 능력을 메우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삼 신재희 김용현 기자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