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구직자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 한국형 실업부조 첫발

입력 2019-06-05 22:55

‘한국형 실업부조’가 첫발을 딛는다. 저소득 구직자에게 구직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과 청년, 영세 자영업자 등이 대상이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으로 고용안전망이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4일 제11차 일자리위를 열고 ‘국민취업지원제도 추진 방안’을 상정·의결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였던 한국형 실업부조의 새 이름이다. 고용안전망의 뼈대인 고용보험을 보완하는 게 기본 틀이다. 고용보험 미가입으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실직한 사람 중 20% 정도만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1인 사업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은 고용안전망 제도에서 소외돼 있다”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제도의 핵심축은 구직촉진수당이다. 매월 50만원을 최대 6개월간 준다. 중위소득 50% 이하이면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6개월 이상 취업 경험이 있는 구직자가 지원 대상이다. 재산은 6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이다. 올해 2인 가구 기준으로 중위소득은 290만6528원이다. 소득 요건을 충족했지만 2년 이내 취업 경험이 없는 구직자, 중위소득 50% 초과~120% 이하에 속하는 청년 구직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정부가 향후 마련키로 한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선발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Ⅰ유형’이다.

Ⅰ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중위소득 50% 초과~60% 이하의 저소득 구직자, 중위소득 120% 초과 청년 구직자, 중위소득 60% 초과~100% 이하 중장년 구직자는 국민취업지원제도 Ⅱ유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구직촉진수당은 지급되지 않지만, 현재 취업성공패키지(월 40만원, 6개월)와 비슷한 수준의 구직활동비용이 지급된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시점을 내년 7월로 잡고 있다. 지원 규모는 35만명(Ⅰ유형 20만명, Ⅱ유형 15만명)이다. 내년에 필요한 예산은 504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근로빈곤층의 고용개선 효과와 저소득층 빈곤 완화를 기대한다. 빈곤가구 인원이 약 36만명 줄어들 것으로 본다. 내년에 제도 성과를 보고 소득기준을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60% 이하로 확대하고, 지원 규모도 6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가 변수다. 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이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을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당정협의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포용국가와 고용안전망을 혁신적으로 구축하는 정책”이라며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예산·조직 협의에 조속히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