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의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원동력은 리그 최다 홈런(233개)으로 대표되는 막강한 타력이었다. 그런 SK가 이번에는 투수력을 앞세워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
올 시즌도 두산 베어스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SK는 지난해와 달리 타력이 다소 주춤하다. 지난해 홈런 1위와 함께 득점(829점)도 리그 3위에 올랐지만 올 시즌은 3일 현재 팀 득점(266점)이 6위로 내려가 있다. 최정과 제이미 로맥이 여전한 화력을 내뿜고 있지만 주장 이재원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한동민이 주춤하다.
그럼에도 SK가 여전히 최강 자리를 다툴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단연 마운드다. 지난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4.89에 불과했던 선발 앙헬 산체스는 올 시즌 엄청난 성적(8승 2패, 1.90)으로 SK를 웃음짓게 하고 있다. 1년 공백을 딛고 지난해 연착륙한 김광현은 올 시즌 7승 1패, 평균자책점 2.67로 전성기 시절의 활약을 재현하고 있다. 과감히 포지션을 변경한 외야수 출신 투수 하재훈(4승 1패, 1.29)은 4월 26일 KT 위즈전 이후 지난 2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13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지켜내는 기염을 토했다. 계투 서진용(11홀드, 3.45)도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낼 기세다.
SK는 투수진의 마지막 퍼즐도 찾았다. SK는 대만 푸방 가디언스에서 뛰던 헨리 소사(34)를 기존 브록 다익손(25)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소사는 2012년 KIA 타이거즈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등에서 뛴 장수 용병이다. 다익손도 올 시즌 SK에서 준수한 성적(3승 2패, 3.56)을 냈지만 SK는 소사의 경험과 구위를 믿고 과감히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사는 기존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더해 한국에서 변화구까지 연마하며 더욱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소사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이닝 소화능력이다. 많은 공을 던져도 구속을 유지하는 내구성을 가진 소사는 지난 4년간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통산 완투는 9회(완봉 4회)에 달한다. 계투진 핵심인 하재훈(28이닝)에 서진용(28⅔이닝), 김태훈(28이닝) 등이 이미 많은 이닝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소사의 가세는 천군만마다. 다만 27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야구에 뛰어든 ‘철완’이 어느새 34세가 된 만큼 노쇠화 여부가 변수다. 지난해 소사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6.06으로 극도의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염경엽 감독은 4일 키움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익손에게 기대했던 피칭이 나오지 않아 4월말부터 준비했다”며 “소사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이다. 한국에서 오래 뛴 경험과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사는 빠르면 오는 9일에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