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하고 역사도 공부할 수 있는 ‘분청사기’ 특별전

입력 2019-06-08 00:04
분청사기 인화문합. 이화여대박물관 제공

이화여대박물관이 개교 133주년을 기념해 ‘분청사기’ 특별전을 마련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분청사기 상감유로문(柳蘆文) 매병, 분청사기 선덕(宣德)10년명 묘지석, 분청사기 철화모란문 병, 분청사기 선각박지(線刻剝地) 모란당초문 편병(扁甁·앞뒷면이 평평한 도자기) 등 100여점이 나왔다.

전시는 분청사기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분청사기의 개념이 무엇인지, 제작을 둘러싼 제도, 상감·인화·박지·철화·귀얄 등의 기법과 조형미를 조곤조곤 보여준다.

분청사기는 청자에 분을 바르듯 백토물을 발랐다고 해서 분청사기라고 부른다. 고려 말인 14세기 말 시작돼 조선 시대 16세기 전반까지 유행하다가 백자가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고려청자가 귀족적이고 세련미를 자랑한다면 분청사기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서민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조선 사람들의 일상에서 사라졌던 분청사기는 일제강점기에 부활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에 의해 분청사기 기법으로 제작된 그릇들이 ‘미시마 다완’이라 불리며 찻잔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다도 취미를 가진 조선 거주 일본인들이 무덤에서 출토된 분청사기를 수집하고 애호했던 것이다. 분청사기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인들이 공장에서 제작한 재현품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재현 분청사기도 볼 수 있다.

분청사기가 갖는 현대적 미감을 미술작품과 연결해 관람객의 공감도를 높였다. 청색 점화로 유명한 김환기의 작품이 함께 걸렸다. 작가가 미국 뉴욕에서 고향에 있는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점점이 그렸던 점화는 조선의 도공이 점점이 도장을 찍어 무늬를 넣었던 인화문 분청사기의 미감과 맞아떨어진다. 관람객들이 인화문을 찍어보는 체험 코너도 있다. 보는 전시를 넘어 체험하고, 역사도 공부할 수 있는 전시다. 12월 31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