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대량해고에 배수진 친 교육부… BK21사업서 불이익 준다

입력 2019-06-04 19:14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강사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들이 올해 8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자 교육부가 재정지원과 연계한 강력한 억제책을 발표했다. 강사를 길거리로 내모는 대학은 재정지원 사업 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강사들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대체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시행령에는 지난해 12월 18일 개정된 강사법에 따라 강사를 공개 임용토록 하는 등 임용 절차와 교수 시간, 겸임교원 자격 요건 등이 규정됐다. 교육부는 “사회적 난제였던 강사법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과 동시에 강사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대학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강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작은 강좌를 큰 강좌로 묶어 전임교원에게 강좌를 몰아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올 1학기에만 강사 자리 1만개가 증발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강사 고용안정 정책은 두뇌한국(BK)21 사업과 연계한 내용이다. 현행 BK21플러스 사업은 내년 9월 ‘BK21 포(FOUR)’로 개편된다. 교육부는 현재 사업 설계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강사 및 박사후 연구원 등의 강의 기회 제공과 고용 안정성 등을 BK21 후속 사업 평가 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BK21 사업은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는 이름 있는 대학들이 신경 쓰는 사업이다. 평가 시즌이 되면 서울의 대형 대학이나 지역의 거점 국립대 등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지원금도 한해 2500억원 안팎으로 상당한 규모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BK21 후속 사업에서 강사 고용 관련 배점을 높게 잡을 계획”이라며 “예를 들어 박사학위를 많이 주는 대학이 강의 기회를 적게 부여하면 낮은 점수를 받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명 대학들이 강사 해고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돼 있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도 강사 고용안정 지표를 반영한다. ‘강의 규모의 적절성’ 지표를 강화해 소규모 강좌를 없애 대형 강좌로 통합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강사 고용을 보장하고 교육의 질 저하도 막겠다는 취지다.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아쉬운 바도 있지만 점차 개선되리라 기대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고,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강사법 조기 정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