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5+1 대 1” vs 한국당 “3+1 대 1”… 민생 외면한 신경전

입력 2019-06-04 19:10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들의 회동 형식을 두고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승자 없는’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5당 대표 회동과 한국당과의 일대일 회담을 같은 날 열자고 최후통첩을 보냈다(국민일보 6월 4일 3면 보도). 하지만 한국당은 원내 교섭단체 3당 대표 회동과 일대일 회담을 개최하자고 역제안했다. 회담 격을 둘러싼 힘겨루기이지만 국민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신경전 탓에 민생 문제만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청와대가 5당 대표 회동을 고집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간 회의체인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에 5당 원내대표들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당대표 회동에도 5당 모두 참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이 국정현안을 논의한 뒤 여야정 협의체에서 후속조치와 입법 사안 등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또 2017년과 2018년에 이미 4당, 5당 대표 회동을 했었는데 이제 와서 참석 범위를 교섭단체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뜻도 밝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해 애초 대북 식량지원 문제로 제한했던 의제를 확장했고, 일대일 회담 제의도 받아들여 7일 오후에 5당 대표 회동 및 일대일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번 제안은 문 대통령과 한국당의 제안을 절묘하게 결합한 정무적 안”이라며 “3당 대표만 만난다든가, 일대일로만 만난다든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황교안(사진) 한국당 대표가 큰 결단을 내려 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의 3당 대표 회동 주장은 실효성을 위한 것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5당 대표가 돌아가며 발언을 하다 보면 집중적인 현안 논의 없이 형식적인 회담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5당 대표 회동으로 과연 의미 있는 회담이 되겠는가”라며 “무너져가는 경제를 살려내고, 어려움 속에 부르짖고 계신 국민들을 보살펴드릴 수 있는 내실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미 있는 다당(多黨)은 원내 교섭단체다. 교섭단체 대표 회동을 하고 한국당과 일대일 회담을 하겠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의 반발은 여야 대치 구도 장기화로 강경해진 당내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회담 형식을 두고 매번 꼼수로 일관하는 걸 보면 야당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기보다는 국면전환용 ‘협치 쇼’만 벌이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 충돌은 회동 분위기와 연관돼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범여권이 참여한 5당 대표 회동에선 황 대표가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반면, 3당 대표 회동에선 더불어민주당 대 한국당·바른미래당 구도가 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계산 때문에 여야 협치를 내팽개쳐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과 당대표 회동마저 조율이 안 되는 것 자체가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 정상화의 최대 쟁점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에 대해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기존 안보다 진전된 입장이다.

강준구 이종선 김성훈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