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로 추정되는 40대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내 3살 아이와 예비신부 등 3명이 숨졌다.
4일 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전 7시27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가 마주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라보 화물차에 타고 있던 박모(41)씨와 박씨 아들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고 포르테 운전자 최모(30·여)씨도 목숨을 잃었다. 최씨는 이달 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최씨의 승용차에서는 지인에게 나눠줄 청첩장이 대량 발견됐다.
박씨는 이날 새벽 경남 양산시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을 화물차에 태운 박씨는 오전 3시34분쯤 경부고속도로 남양산IC로 진입해 7시15분쯤 당진∼대전고속도로 충남 예산 신양IC 인근까지 4시간 동안 정상 운행했다. 그러다 7시16분쯤 당진 방향으로 정상 운행하던 차를 반대로 돌려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경찰 상황실에는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가 10여건 접수되기도 했다. 박씨의 화물차는 고속도로를 23㎞ 정도 역주행하다가 결국 최씨의 승용차와 정면 충돌했다.
박씨의 아내는 새벽에 남편이 아들과 함께 갑자기 사라지자 오전 7시2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박씨 아내는 경찰에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멀리간 것 같다. 남편이 조현병을 앓고 있어 치료 중인데 최근 약을 먹지 않아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휴대폰 위치추적 결과 박씨가 공주시 월미동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충남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경찰은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와 정상 주행을 하던 포르테 승용차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 편도 2차로를 벗어나 갓길에서 정면 충돌한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 역주행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조현병 등 박씨가 평소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공주·양산=홍성헌 이영재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