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부처 장관들과 릴레이 오찬… 야당에 추경 우회 압박

입력 2019-06-04 19:11 수정 2019-06-04 21:24
이해찬(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부터), 박능후(맨 왼쪽)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하고 있다. 장관들은 이 대표에게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호소했다.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개 정부 부처 장관들과 ‘릴레이 오찬’을 시작했다. 국회 정상화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야당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이재갑 고용노동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났다. 민주당은 당초 문재인정부 3년 차에 접어드는 장관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대화는 장관들의 추경 처리 호소에 집중됐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시간 남짓한 대화의 대부분이 국회 정상화를 통해 조속한 추경 통과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안건을 예정하고 만난 것이 아니었음에도 추경의 구체적 내용과 시급성을 각 부 장관이 일일이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벼운 얘기보다도 바로 추경에 대한 요청이 이어졌다. 진지하게 추경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고 했다.

장관들은 민주당에 필요한 추경 예산과 계류된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인건비와 연구지원비, 복지부는 노인 일자리, 문체부는 강원 산불 피해에 따른 관광·체육시설 복구 예산을 언급했다.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유치원과 학교, 노인시설에 공기정화기를 설치하는 예산을 거론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추경 압박에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재해·재난 추경은 피해 주민들 손에 쥐어주는 예산이 하나도 없다. 나머지는 총선용, 현금 살포성 복지 예산일 뿐”이라며 “민주당 요구대로 추경이 통과됐을 때 국민 혈세가 또 낭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나머지 부처 장관들을 만날 계획이다. 야당에서 ‘관권 선거’ ‘부처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 대변인은 “여당의 당정 모임은 상시적으로 있는 것이다. 당연한 정례 행위를 그런 방식으로 바라보는 건 온당치 않다”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