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들 “하이힐 신지않을 권리를 다오”

입력 2019-06-05 04:06
일본에서 직장여성에게 하이힐 등 불편한 신발을 강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명운동(#Kutoo 캠페인)이 전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올라온 #Kutoo 캠페인 이미지 사진. 사진 출처=일본 후생노동성

일본에서 여성들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요하는 문화에 반대하는 캠페인 ‘구투(#KuToo)’가 확산되고 있다. 구투란 일본어로 구두를 뜻하는 ‘구쓰(靴)’ 또는 고통을 의미하는 ‘구쓰우(苦痛)’를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합친 조어다.

교도통신은 1만8800여명이 서명한 하이힐 등 펌프스(굽이 높은 구두) 착용을 직장 내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서가 후생노동성에 제출됐다고 4일 보도했다. 청원서에는 “고용주가 여성 직원들에게 펌프스를 신을 것을 강제하는 행위를 성차별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프리랜서 배우 겸 작가 이시카와 유미(32)다. 이시카와는 지난 1월 “남성들은 굽 낮은 신발을 신는데 왜 나는 다리를 아프게 만드는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가”라며 “언젠가 여성들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요하는 문화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트위터에 적었고, 이 글은 7만개에 달하는 ‘좋아요’를 받았다. 이시카와는 과거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고용주 지시로 펌프스를 신고 일하다가 발을 다친 경험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KuToo’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이시카와는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구투운동을 이끌며 서명을 시작했다. 일본 여성들은 소셜미디어에 “하이힐과 미니스커트가 필요한 일터는 없다” “우리는 여성들을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문화에 민감해져야 한다”는 글을 남기며 구투운동을 지지했다.

구투운동은 선진국 중 성평등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일본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평등지수 보고서에서 149개국 중 110위에 그쳤다. 이시카와는 청원서 제출 후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수많은 일본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청원서가 정부 부처에 전달된 것은 처음이라며 구투운동을 지지한다고 했다”며 “이건 (성평등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