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의 충격을 안겨줬던 한국 경제의 1분기 침체 정도가 실제로는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 투자, 소비 등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부진의 늪에 빠진 결과다.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예측하는 시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잠정치)이 전 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4월 속보치로 발표됐던 -0.3%보다 0.1%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008년 4분기(-3.2%) 이후 10년1분기 만의 최저치다. 한은은 속보치 집계 때보다 건설투자(-0.7% 포인트)와 총수출(-0.7% 포인트)이 하향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인 국민총소득(GNI)도 주춤한 모습이다. 1분기 실질 GNI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3%로 나타나 2008년 2분기(-0.6%)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분배 상황을 개선하려는 정부 노력이 계속되지만, 그 결과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되지 못하는 셈이다.
‘가채점’ 때보다 나빠진 1분기 성적표에 시장에선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기획재정부는 2.6~2.7%, 한은은 2.5% 성장률을 예측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은 분기마다 1%대 성장을 이뤄야 하는 실정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중 무역협상이 어떻게 되느냐는 하반기에도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수출 부진이 계속된다면 연간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다음 달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 경제의 2분기 현실도 녹록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은 부분적 타결까지만 해도 앞으로 최소 1개월가량의 교착상태가 불가피한데, 이는 한국 수출의 회복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지난달 말에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췄다. 1%대를 전망하는 기관들도 다수다.
경기 침체 우려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 재정정책과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기대감이다. 지금은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낮춰줄 때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크게 진작되지는 않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시기는 연말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교수는 “기준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책임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며 “한은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명분을 갖는 때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때”라고 덧붙였다.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